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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9·11 옆 모스크' 贊反 격화…미국의 '관용'을 시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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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9·11 옆 모스크' 贊反 격화…미국의 '관용'을 시험하다

입력
2010.08.2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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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1 테러 현장 옆에 모스크(이슬람 사원)라니, 어림도 없다!" "종교적 관용이야말로 미국을 일으킨 힘의 원천이다!"

비가 내리던 2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도심에선 두 무리의 시위대 수백 명이 각자의 주장을 담은 피켓을 들고 대치했다. 배관공 스티브 에일링(40)은 모스크 건립 추진 세력이 "2001년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을 무너뜨린 이들과 같은 사람들"이라며 적대감을 드러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모스크는 중동에나 지으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반면 찬성 시위에 참여한 한 의사는 모스크 건립 반대가 "비 미국적"이라며 "반대론자들은 자녀들에게 미국에서의 종교 자유를 가르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실천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모스크 논쟁은 이달 초 뉴욕시가 9ㆍ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최대 15층 높이의 이슬람 커뮤니티 센터(파크51) 건립을 허용하면서 불이 붙였다. 이 건물에는 기도실과 함께 YMCA나 유대인 센터와 비슷하게 수영장, 체육관 등의 각종 시설이 갖춰진다. 전 세계 모스크들과 다른 것은 그라운드 제로와 너무 가깝다는 점뿐이다. 9ㆍ11 테러에서 아들을 잃었다는 한 여성은 이날 시위에서 아들 사진을 손에 들고 "이곳은 내 아들이 묻힌 성지"라며 "모스크 건립은 내 가슴에 칼을 들이대는 것으로 건설된다면 폭파하겠다"고 격하게 말했다.

이렇듯 종교의 자유에 대한 원칙적 옹호와 9ㆍ11 테러로 각인된 공포의 유전자 사이에서 미국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 여론은 아직까지 반대론이 우세하다. 18일 시사주간 타임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61%가 반대했고, 26%가 찬성했다.

이와 달리 미국 내 종교 지도자들의 입장은 대부분 허용해야 한다는 쪽이다. 타임은 유대교, 개신교, 침례교, 이슬람교 등을 망라한 미국 내 저명한 종교계 인사 8명을 인터뷰한 결과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목사를 제외한 7명이 종교의 자유를 강조하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종교 지도자들이 모스크 건립을 문제 삼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 일부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모스크 논란은 시간이 흐를수록 뉴욕이나 미국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 전 세계 무슬림이 이 논란에 가세하며 미국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바논 베이루트 아메리카대학의 아흐마드 무살리 교수는 "이제 이 모스크 거부는 이슬람 자체를 거부하는 차원이 됐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23일 15억 무슬림과 미국과의 걱정스런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무슬림은 단지 또 하나의 모스크일 뿐인 건물을 지으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킬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하지만 많은 무슬림은 유서 깊은 신앙을 위험한 정치적 선전도구쯤으로 내모는 미국인들의 행태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이슬람(또는 모스크)과 테러를 동일시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스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데이지 칸은 최근의 반대 기류가 반유대주의를 연상케 한다며 "이슬람공포증을 넘어 무슬림에 대한 증오로까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때문에 자칫 9ㆍ11 이후 이슬람권을 상대로 쏟아 왔던 미국의 이미지 개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찬반진영 양측서 의혹 눈길

'양의 탈을 쓴 늑대인가.' 미국인들은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모스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슬람 성직자 페이살 압둘 라우프(61)를 의혹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집트 무슬림 학자로 해외파견된 아버지를 따라 영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와 정착한 라우프는 미국화된 이맘(종교 지도자)이다. 컬럼비아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가업을 따라 종교계에 매진했지만 미국식 가치를 추구한다고 주장해왔다.

비폭력 이슬람 온건주의를 내세운 그는 9·11 이후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이슬람 강의를 하는 등 부시 전 행정부에도 적극 협력했다. 그런데 평소 이슬람과 미국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던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반(反)이슬람 정서에 불을 붙인 형국이다.

이슬람 신자들은 그라운드 제로에서 두 블록 떨어진 파크 플레이스 45~47 건물과 부지를 사들였다. 1억달러를 들여 거대 모스크 '파크 51'을 세우기 위해서다. 희생자 유가족 등은 9ㆍ11 당시 파편에 맞아 파괴된 이곳에도 랜드마크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며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초 뉴욕시 의회 표결에서 반대안이 9:0으로 부결됐고, 유대인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종교간 화해 촉구 차원에서 건립을 환영해 절차상 문제는 없다.

논란에도 불구, 미 국무부 지원의 종교 화해 행사참석차 중동을 방문중인 라우프는 22일 바레인에서 "모스크 건립이 모든 종교와 사상에 대한 융화와 이해를 도울 것"이라며 건립계획 고수를 밝혔다.

일부에서 왜 하필 그 장소냐며 의도를 의심하기도 하지만 지인들은 대체로 그가 친미적이고 진보ㆍ평화적이라는 데 동감하는 편이다. 그는 스위스의 모스크 건립 반대에 대해선 '왜 모스크를 스위스 치즈, 롤렉스처럼 만들지 않냐'며 현지화를 주문, 이슬람의 유연한 사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파들은 그의 실체를 다시 검증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인터뷰에서 무장정파 하마스 비판을 교묘히 피하는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등 진의를 알 수 없다는 것. 인터넷에는 그의 발언 등이 돌며 사상 검증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인들조차 서방과 이슬람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뛰어난 연설가인 그를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본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 중간선거 앞두고 공화당엔 호재?

9ㆍ11테러 현장 인근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건설 논란은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와 맞물려 확대 재생산 되고 있는 측면도 크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건설을 지지하자, 공화당측이 미국민의 반감을 자극하며 비난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공세도 무슬림 등 소수문화출신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해 반드시 이익이 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3일 "무슬림들은 이 나라 다른 누구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믿을 권리가 있으며, 지역 법령에 부합되게 사유지에 신앙의 장소를 건립할 권리가 있다"고 발언, 공화당의 맹공을 불렀다.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미국 주류와 소통을 단절하고 있다", "무책임하다"고 공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진퇴양난에 빠졌지만 18일 "(지지 발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정면돌파를 시사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 문제를 정치 이슈로 만들려는 일부의 집요한 노력이 있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공화당의 의도를 비난했다.

미국인 대다수가 이번 모스크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로 볼 때 일단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공화당 또한 소수문화출신 유권자들의 '무시할 수 없는 표'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공화당의 뉴햄프셔주 주 하원의원인 새그히르 타히르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강점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라며 "종교를 정치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부작용만 부를 것"이라고 내부 경고했다.

실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 2000년 무슬림 유권자의 78%에 이르는 지지를 받고 당선됐으나, 2004년엔 이들의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게 고전하다 겨우 당선됐다. 미국내 소수자들은 일종의 연대 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부시 정부에 자문을 했던 영화감독 출신 무하마드 알리 하산은 "모스크 공격은 소수자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화당에 반대하는 유색인종 출신 유권자들의 동류의식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복합적 요소로 볼 때 양당의 유ㆍ불리를 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파를 떠나 모스크 건설을 반대한 민주당 의원, 건설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도 속속 등장하는 등 양당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다문화가 혼재하는 미국 사회에서 양당은 득실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 정치 싸움을 키워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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