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21일 오찬회동은 회동의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과거와는 달랐다. 또 청와대측이나 박 전 대표측 모두 회동이 끝난 뒤 "성공적 만남"이었다고 말하고 있어 여권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22일 "1시간35분간의 만남 동안 두 사람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었다"며 "회동이 물 흐르듯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역대 두 사람간 회동 중 가장 성공적인 회동"이라고 평했다. 친박계 핵심 의원도 "박 전 대표가 회동 뒤 웃으며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두 분의 만남이 계파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는데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본다"며 "역대 어느 회동보다도 양측이 얻은 게 많았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과거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매번 '잡음'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동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다. 박 전 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청와대를 떠나기 위해 차를 타기 직전 뒤를 돌아보면서 배웅 나온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을 향해 "애 많이 쓰셨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전 대표가 회동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이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 극비리에 회동했다가 회동 뒷날 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양측 다 만족스럽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두 사람간 독대에서 이뤄진 대화 내용도 긍정적 뉘앙스로 외부에 전달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를 비롯한 국제정세와 친서민 정책 등 국정 과제에 대해 두루 설명하면서 협조를 구하자 박 전 대표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였던 세종시 문제에 대해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오해를 풀었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이 대통령이 개헌 문제나 김태호 총리 후보자 지명 등 박 전 대표측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성의 있게 설명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두 사람은 또 남북관계 복원 방안도 깊이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박 전 대표에게 모종의 역할을 맡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회동 추진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것이나 회동 이후 청와대측은 만난 사실만을 공개하고, 회동 내용은 박 전 대표측이 공개하도록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는 과거처럼 회동 뒤에 잡음이 나오는 것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박 전 대표를 배려한 것이기도 하다.
또 박 전 대표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춘 흔적도 있다. 이번 회동은 정진석 정무수석이 20일 박 전 대표에게 이 대통령의 뜻을 전하고, 박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전격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물밑 접촉도 있었다.
한편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모임 중 하나인 '여의포럼'은 계파 모임을 해체하라는 당 지도부의 권고에 따라 모임을 해체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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