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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박물관엔 1석2조 소통이 살아 있다/ '사회 공헌+문화 마케팅' 효과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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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박물관엔 1석2조 소통이 살아 있다/ '사회 공헌+문화 마케팅' 효과 만발

입력
2010.08.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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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박물관'이 뜨고 있다. 기업의 주력 사업에 걸맞은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꾸며지는 기업 박물관은 일종의 테마 박물관. 하지만 여기엔 여러 사료나 유물을 전시하는 기존의 종합 박물관과는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다. 어린이ㆍ청소년은 물론, 일반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 있고 다채로운 체험 학습 프로그램들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으로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 올리면서, 대(對) 사회적 책임도 다하는 문화 마케팅 공간을 자연스레 확보하게 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10여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 박물관의 원조는 한독약품이 세운 한독의약박물관.

10일 충북 음성에 있는 한독의약박물관.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병을 고쳤을까'라는 게임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 30여명이 찰흙으로 다양한 동서양의 옛날 의약 기구를 직접 빚고 있다. 윤재은(11ㆍ강원대 영재교육원)양은 "요즘 보청기는 손가락 마디보다 작지만 옛날 것은 확성기만큼 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우리가 먹는 약이 어떻게 제작되는 지를 보고 소화제도 직접 만들 수 있어 뜻 깊었다"고 말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어린이부터 대학 전공 학생들까지 해마다 1만명 이상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동서양 제약의 역사를 한 눈에 보고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1964년 처음 문을 연 한독의약박물관은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던 의약 관련 사료와 유물의 보고(寶庫)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 하나뿐인 조선시대 세종 때 쓰여진 한방의학 백과사전 (보물 제1234호), 고려시대 (제646호)을 비롯해 보물 6점을 소장하고 있다. 일제시대 은단통, 19세기 독일의 청진기, 보청기 등 동서양 의약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유물 1만5,000점이 있다.

이경록 박물관장은 "김신권 초대 회장이 한국전쟁 직후부터 폐해로 변한 이 땅의 제약 역사를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박물관을 시작한 것"이라며 "30년 가까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관련 서적과 유물을 수집하거나 기증 받아 직접 문화재관리위원회에 보물 지정 신청을 하고 보물로 지정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전문 큐레이터가 일방적 해설이 아닌 궁금증을 묻고 답하는 쌍방향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 박물관은 공교육에서 다루기 힘든 전문지식을 다양한 체험을 통해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업 박물관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LG사이언스 홀'은 어려운 과학을 재미있고 쉽게 알려주는 대표 장소로 꼽힌다. 1987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와 98년 부산 연지동 옛 LG화학 공장 부지에 잇따라 문을 연 LG사이언스홀은 지금까지 5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과학에 대해 대중적 관심이 적었던 80년대부터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과학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8개 나라 친구들과 화상전화를 통해 사물놀이를 배워보는 '디지털 네트워크 관'과 어린이들이 직접 수사관 역할을 해 보는 'DNA로 범인 찾기'가 호응이 크다.

1986년 서울에 문을 연 풀무원의 '김치박물관'은 해마다 1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고있고, 코리아나가 만든 '화장품박물관' 역시 서울 강남의 지역 명소로 자리를 굳혔다.

이런 성공스토리들이 전해지면서 박물관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롯데제과가 올해 2월 문을 '스위트팩토리'도 그 중의 하나. 이 곳에서는 첨단 정보통신(IT)기술을 접목해 과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상 체험하고, 자일리톨 나무, 카카오 원두도 보고 만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거제시와 함께 지난해 5월 개관한 '조선박물관'에서는 선박이 물에 뜨는 원리와 배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2008년 개관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탈바꿈한 대한항공의 제주 서귀포 '정석항공관'에서는 360도로 펼쳐지는 입체 영화를 통해 항공기, 우주선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LG관계자는 "단순한 박물관에 그치지 않고 초등과학교실, 생활과학아이디어공모전 등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며 "박물관이 미래 세대 청소년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안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 그 것이 바로 기업의 주력사업을 소개하고 이미지도 높이는 마케팅이자 사회공헌이 된다"고 말했다.

음성=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김윤정 인턴기자(인디애나주립대 경제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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