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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만의 형법 손질… '고무줄 형량'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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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만의 형법 손질… '고무줄 형량' 해결될까

입력
2010.08.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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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제정된 형법을 전면 손질한 법무부 개정안이 확정돼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가 이번 주 열린다. 법무부는 공청회에 이어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한 뒤 개정안을 확정, 12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수정될 수는 있으나 개정안의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판사의 양형 재량권을 축소하는 작량감경(酌量減輕) 제한이나 5년 전 폐지된 보호감호제도의 부활 등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돼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공청회에 앞서 이들 두 사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작량감경 제한

이번 형법개정안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작량감경이란 판사가 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참작해 형기를 법정 최저형의 2분의 1까지 깎아주는 것이다. 현행 형법 53조는 구체적 요건 없이 '범죄의 정상(情狀)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마련된 개정안에는 판사가 작량감경할 수 있는 요건을 ▦초범일 때 ▦피해자와 합의했을 때 ▦범행을 자백했을 때 ▦상습범이라도 죄질이 가벼울 때 ▦피해자가 범행 원인을 제공했을 때 등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경제인 또는 정치인에게 '국가발전에 기여했다'는 등의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김수철 같은 흉악범에게 초기 범행 때 형량을 줄여줘 향후 더 중한 범죄를 방조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량감경 제한은 판사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특히 최근 양형기준이 강화된 흉악범죄나 화이트컬러 범죄보다 서민형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가혹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과거 권력층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비판도 있었으나 지난해 7월부터는 주요 범죄에 대해 엄격한 양형기준이 적용되면서 이런 경우가 크게 감소한 것이 사실"이라며 "만일 작량감경 조건이 이렇게 제한되면 우발적 범행 등 다양한 사건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서민형 범죄에 도리어 가혹한 처벌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원 관계자는 "미국 등에서는 법정형 하한이 아예 없거나 1년 이하로 매우 낮아 작량감경이 필요 없다"며 "우리나라의 경우엔 하한이 원래 높게 책정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작량감경 요건을 딱 5가지로 못박는 건 판사더러 획일적인 '자판기 판결'이나 하라는 발상"이라며 "고무줄 판결을 줄이기 위해서는 차라리 (요건을 제한하는 대신) 작량감경 이유를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보호감호 부활

법무부가 5년 전 폐지된 보호감호제를 재도입하기로 한 데에는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 등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 것이 계기가 됐다. 반인륜적 흉악범을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것.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가 검거된 지 사흘만인 지난 3월 16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형법에 규정된 상습범과 누범(累犯)에 대한 가중조항을 폐지하는 대신 보호감호 처분을 신설한다면 위헌 논란을 빚지 않을 것"이라며 보호감호 부활을 예고했다. 법무부는 과거의 위헌요소를 최대한 없앤 만큼 도입에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과잉처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형을 다 채우고 나서 일정기간 또 격리 수용되는 건 이중처벌로서 공청회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미국의 보호감호는 징역형 대신 선택할 수 있거나, 10년형을 선고 받고 5년 살다가 가석방되면 남은 5년을 보호감호로 보낼 수 있는 식의 선택적, 보완적 제도"라며 "형을 다 산 사람에게 더 부가되는 우리나라 방식의 보호감호는 여전히 위헌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도 "오랜 논의 끝에 폐지한 보호감호제도를 편의적으로 부활시키는 건 자칫 포퓰리즘(대중주의)으로 비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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