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지난 5월 14일 취임하자마자 바로 비상근무를 시작했다.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확산되며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데 이어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대외 신인도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 천안함 사태가 진정되는가 싶자 '7월 위기설'이 부장하며 남유럽 위기가 확산됐고, 유럽 위기가 가라앉자 최근엔 미국과 중국 등 이른바 'G2' 경제에 대한 우려가 번졌다. 외환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1999년 설립된 국제금융센터는 세계 금융시장 동향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조기 경보체제를 가동하는 것이 주 업무. 그에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일 수밖에 없었다.
취임 100일을 맞은 22일, 이 소장을 만나 앞으로 세계 경제 전망을 들어봤다. 이 소장은 옛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과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 FTA국내대책본부장 등을 지낸 국제경제 전문가. 그는 "글로벌 더블딥(이중 침체)은 없겠지만, 회복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가장 큰 관심사인 'G2' 경제의 향방에 대해 비교적 낙관론을 펼쳤다. 이 소장은 우선 미국과 관련, "경제학적으로 엄밀히 말해 '경기침체'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하는데, 이 같은 더블 딥은 없다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위기 후 재정ㆍ통화정책으로 부양된 경기가 살짝 하강하는 기미를 보이는 형태의 경기 침체 또는 둔화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급격한 침체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그는 오히려 "미국이 빠르게 좋아진다는 당초의 전망 자체가 문제였다"면서, "2008년 위기로 미국의 금융 전반이 엄청난 상처를 입었는데 1, 2년 만에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됐다"고 말했다. 상당기간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과 함께 'G2'로 급부상한 중국의 경착륙 논란에 대해서도 "냉각이 아니라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3억 인구의 경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11%씩 계속 성장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2분기 10.3% 성장이나 하반기 9%대 성장은 정상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부동산 가격과 지방정부 부채 등 중국 경제 곳곳에는 결코 작지 않은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중국은 아직 완전한 시장경제가 아니고 정부가 규제를 풀었다 조였다 하면서 조절하고 있어 부동산이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지방정부 부채가 문제인 것도 맞지만, 중국 전체를 놓고 보면 선진국보다 부채나 재정상황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유럽에 대해서는 지난 5월처럼 디폴트가 우려될 정도의 심각한 위기는 지나갔다는 것이 그의 진단. 이 소장은 그러나 "중환자실에서는 나온 상태이지만 체력이 약하고 병세가 깊으므로, 앞으로 회복을 하더라도 때론 악화되는 식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유럽에 이은 '뇌관'으로 알려진 동유럽에 대해서는 "남유럽 위기를 계기로 동유럽을 면밀히 살펴봤지만, 생각보다 지표가 나쁘지 않고 재정적자나 정부부채도 남유럽보다 상황이 낫다"고 말했다.
5월 원화 가치를 추락시켰던 천안함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서 그는 "이미 국가신용등급에 반영돼 있는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우리나라가 중국, 이스라엘, 체코, 슬로바키아 등과 신용등급이 비슷한 것은 이 때문으로, 이미 국제 금융참가자들은 이를 감안하고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처럼 일시적으로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는 있으나 결국 정상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함 결과발표 당시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남유럽 위기와 겹쳐 1.67%포인트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1.10%포인트대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 소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당시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이 5.70%포인트대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급속한 외자 유출입 등에 따른 리스크가 훨씬 크고, 이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성한 소장 프로필
▦1957년강원 출생 ▦성동고, 연세대경영학과졸 ▦미일리노이대 경제학 석사 ▦행정고시 24회 ▦재정경제부 개발전략심의관, 대외경제국장,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본부장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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