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그제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여섯 번째 만남이자 지난해 9월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하고 돌아와 귀국 보고를 한 이후 11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회동은 여러 모로 관심을 끈다. 무엇보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컸던 데다 최근에는 40대 김태호 총리 내정 등 당ㆍ정ㆍ청의 세대교체 흐름이 박 전 대표 견제용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았던 터여서 둘의 만남이 화해와 국정 협력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1시간 35분이나 되는 만남이었으니 많은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다. 분위기도 꽤 괜찮았던 듯하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경제문제를 포함한 국내문제도 논의했다고 한다. 이전의 회동이 "만나지 않은 것만 못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늘 뒤끝이 좋지 않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로 들어서는 시점에서 박 전 대표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협력과 소통의 계기를 마련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친이-친박 갈등이 여권 내부 문제만의 일이 아니고 국정 운영 전반에 큰 부담을 지워왔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기대대로 이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 두 사람의 국정 동반자관계가 형성되면 향후 정치지형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개헌 문제와 4대강 사업, 여권 내부의 차기 경쟁구도 등 두 사람의 협력과 신뢰 형성에 영향을 미칠 변수도 적지 않다. 두 사람의 신뢰 회복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회동이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지고 회담 내용 소개도 부실한 것은 유감이다. 과도한 관심과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주자인 여당 전 대표의 만남이 그렇게 비밀 작전하듯 이뤄지는 것은 투명한 정치라고 할 수 없으며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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