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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부시 후세인을 '걸프만의 노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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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부시 후세인을 '걸프만의 노예'로

입력
2010.08.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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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전시장의 유리 케이스 속, 석유회사 쉘(Shell)의 마크가 선명한 유조차를 몸에 밧줄을 맨 노예 인형들이 힘겹게 끌고 있다. 맨 앞줄에 선 노예들의 얼굴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아버지 부시, 그리고 사담 후세인이다. 그들의 시선은 유가 그래프가 그려진 노트북에 꽂혀 있다.

서울 사간동의 갤러리 16번지에서 개인전 ‘지구 보고서’를 열고 있는 설치작가 진기종(29)씨의 디오라마(dioramaㆍ배경 위에 정교한 축소 모형을 설치해 한 장면을 만든 것) 작품 ‘걸프만의 노예’다. 19세기 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의 그림 ‘볼가강의 배 끄는 인부들’을 패러디해 걸프만의 석유를 둘러싼 쟁탈전을 비꼬았다.

진씨는 이번 전시에 박물관이나 과학관에서 과거나 미래의 장면을 재현할 때 쓰는 디오라마를 끌어들여 오늘날의 환경 문제를 기록했다. ‘걸프만의 낭만’에서는 해안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 커플의 주위로 기름통이 둥둥 떠다닌다. 유조선이 침몰한 지중해 바다가 검게 물들어가고 있는 장면을 부조로 표현한 ‘지중해 N34 W18’ 옆에는 기름을 뒤집어 쓴 검은 새가 날개를 펼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되어버린 미국 할리우드 주변으로 관광 유람선이 떠 있고, 조각난 빙하 위에는 북극곰 두 마리가 위태롭게 앉아있다.

진씨는 “환경보호라는 메시지를 담지는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재현하고 기록하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9월 19일까지. (02)722-3504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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