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공산반군 ‘빛나는 길’을 창설한 지도자 아비마엘 구스만이 75세의 나이에 옥중 결혼식을 올렸다고 AP통신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페루 교정당국은 수도 리마 서쪽의 칼라오 해군기지 감옥에서 이날 구스만과 조직의 2인자로 그를 도운 애인 엘레나 이파라기레(62)의 결혼식이 일부 친척만 참석한 가운데 약 15분간 진행됐다. 이파라기레는 짧은 만남 뒤 곧 산타모니카 교도소로 돌아가야 했다.
두 사람은 빛나는 길을 이끈 혐의로 1992년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 받고 칼라오 해군기지에 함께 수감됐으나 2006년 이파라기레가 산타 모니카의 여성교도소로 이감돼 헤어졌다.
이들은 2007년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당국에 요구했으나 거부돼 올 4월 이틀간 단식투쟁을 불사하자 당국은 칼라오 기지로 데려와 결혼식을 올리도록 했다. 올해 초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도 “가장 비열한 범죄도 결혼할 권리를 부정해선 안 된다”며 호의적 조치를 시사한 바 있다. 두 사람의 대면이 위험하다며 결혼을 불허했던 당국은 “앞으로 두 사람이 정기적인 만남을 갖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빛나는 길은 마오주의를 신봉하는 페루의 무장투쟁 반군조직으로 1980~90년대 위세를 떨쳤으나 두 사람이 붙잡힌 뒤 사실상 해체됐다. 그러나 이 게릴라 그룹은 군경과 산발적인 충돌을 벌이면서 코카인 생산지역에 아직 활동하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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