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장사급(무제한급)은 덩치 큰 선수가 유리했다. 하지만 샅바 규정이 바뀐 뒤 진정한 기술 씨름대결로 굳어져 다이내믹한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샅바의 변화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샅바를 당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휘슬과 동시에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결판나기보다는 한 템포 늦게 기술과 체력 싸움으로 승부가 나는 경향이 짙어졌다.
2010 한씨름 큰마당 5차 기장대회가 열린 22일 부산 기장실내체육관에서도 기술싸움의 백미가 펼쳐졌다. 실업의 강자 용인백옥쌀은 이날 증흥건설을 4-3으로 물리치고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13승2패가 된 용인백옥쌀은 14승1패로 1위를 달리는 울산동구청을 추격했다. 용인백옥쌀의 유승록은 3-3으로 맞선 최종경기에서 최성재를 덮걸이로 제압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장사급에서는 흔히 배지기 등으로 승부가 갈리는 게 보통이지만 샅바 규정이 바뀐 뒤에는 덮걸이와 같은 기술씨름이 아니고서는 상대를 제압하기 힘들어졌다. 또 5초만 지루하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도 주의가 지체 없이 주어지기 때문에 장사급에서의 경기 속도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이날 수원시청과 경기를 치른 구미시청 이태현도 씨름의 변화에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옛날처럼 덩치 큰 선수가 밀어붙이기로 승부를 가리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현 규정에서는 체력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며 “우선 장사급들도 기술력이 좋은 역사급 선수들에게 고전하는 경향이 잦아졌다”고 털어놓았다. 이만기 대한씨름협회 기술위원장도 “씨름은 정신력, 기술, 체력 3가지가 뒷받침 돼야 하는 경기다. 규정이 바뀌고 나서는 기술과 체력이 더욱 더 중요해졌다”며 “선수들이 바뀐 규정에 적응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더 다이내믹한 경기가 기대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장=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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