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연기금의 파워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올 들어 한 달도 빠짐없이 순매수 행진을 이어왔고, 사들인 종목의 수익률도 외국인을 크게 능가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까지 8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오며 총 5조6,45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연기금이 8개월째 순매수 한 것은 2007년 12월~2008년 7월에 이어 두 번째. 하지만 투자패턴은 확연히 달라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곤두박질쳤던 2008년에는 저가 매수를 노린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한 5월말부터 매수 강도가 높아졌다. 쌀 때 사서 오르면 팔아 차익을 내는 ‘수비형’ 전략에서 강세장에서도 베팅하는 ‘공격형’으로 탈바꿈한 것.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도 연초 월평균 3,000억원대에서 6월에는 9,283억원, 7월 1조1,561억원, 그리고 이 달 들어서는 15거래일동안 무려 8,347원을 사들이는 등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은 6월 이후 기조적인 순매수로 돌아섰는데, 기본적으로 장을 좋게 전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익률도 우수하다. 7월부터 20일까지 연기금이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률은 12.78%.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5.90%)의 두 배가 넘고, 코스피지수 상승률(4.54%) 보다는 세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아닌 ‘연기금 따라잡기’ 전략까지 나올 정도. 그러나 무작정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연기금은 5~10년의 중장기 투자를 전제로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이기 때문에 길어야 1~2년을 내다보는 중단기 투자는 연기금을 추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