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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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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석 이코노미스트

입력
2010.08.22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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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스티글리츠, 제프리 삭스, 폴 크루그먼, 그레고리 맨큐. 세계적 명성의 경제학자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들의 공통점은? 각각 MIT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 최고 명문을 다닐 때부터 천재로 꼽혔던 것은 익히 안다. 스티글리츠는 26세에 예일, 삭스와 맨큐는 29세에 하버드에서 최연소 정교수 자리를 얻은 공통점이 있고, 스티글리츠와 크루그먼은 노벨경제학상을 앞다퉈 받았다. 하지만 이들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이코노미스트로서의 활약이다. 스티글리츠와 삭스는 세계은행 등에서, 크루그먼과 맨큐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등에서 정확한 거시경제 진단으로 이름을 얻었다.

▦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이론에 밝은 경제학자 또는 경제 전문가를 지칭한다. 금융과 실물에 이르는 거시경제 전반의 흐름을 읽고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 사람이다. 증권회사와 고객들에게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산업동향 및 기업 분석에 주력하는 애널리스트(analyst), 시장의 수급과 장세 패턴을 분석하고 최적 자산운용 비율을 조언하는 스트래티지스트(strategist)와는 역할이 다르다. 세 직종이 뒤섞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장ㆍ단기 주요 정책과 관련된 판단은 이코노미스트의 몫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은 독보적이다.

▦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가 최근 한은에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영국 등 일부 중앙은행이 오래 전부터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 자리를 만들어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란은행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분기 인플레 보고서 등 통화신용정책과 관련한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언론과 시장을 상대로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핵심 직책이다. 머빈 킹 총재와 찰스 빈 부총재가 모두 이 자리를 거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한은은 조만간 공모를 통해 올해 안에 국ㆍ실장급 혹은 부총재보급의 적임자를 선임할 방침이다. 한은 사람들의 관심과 반응은 두 가지다. 관심은 외부 수혈과 내부 발탁 중 어느 쪽이 되느냐는 것이다. 반응은 폐쇄적인 한은 문화에서 낯선 제도가 정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과, 시장과의 접촉면을 한층 넓혀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로 나뉜다. 중국 등 외국 중앙은행과 국제기구 파견인원을 대폭 늘려 ‘글로벌 한은’을 만들겠다는 구상과 함께 시도되는 수석 이코노미스트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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