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입양돼 뉴저지주 말튼에 살고 있는 앳된 소녀 에미(10ㆍ한국명 안진영)는 지금껏 한 번도 음식을 먹어본 적 없다. 심장과 허파의 선천성 기형으로 음식을 삼키면 위가 아니라 허파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신 하루에 수 차례씩 튜브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게다가 선천적인 폐동맥판 폐쇄로 호흡곤란도 겪고 있고, 흉선에 문제가 있는 '디조지증후군'으로 면역결핍 및 저칼슘증 증상도 감당해야 한다. 에미는 그래서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있다.
하루 종일 에미를 보살펴야 하는 미국인 엄마 킴 맨지오니씨는 그 모든 어려움을 기꺼이 감당한다. 그는 '가슴으로 낳은 딸' 에미를 향한 자신의 애정을 운명으로 여긴다. "9년 전 홀트아동복지회로부터 에미의 사연을 처음 들었을 때 마치 하늘이 이 아이의 엄마가 되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고, 지금까지 한번도 그걸 의심해본 적 없어요."
맨지오니씨는 서울에서 태어난 에미를 생후 14개월 때 입양해 여태껏 키워왔다. 당시 에미를 진단한 의사들은 두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에미는 맨지오니씨와 이웃의 보살핌으로 7차례의 심장수술 등을 이겨내며 최근 열 번째 생일을 지냈다. 맨지오니씨는 "에미는 정말 사랑스럽고 강해요.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웠다니까요"라고 말했다.
맨지오니씨는 에미 뿐 아니라 이혼한 남편 사이에 낳은 자녀 4명까지 돌보는 싱글맘. 그런 까닭에 경제적인 고민이 많다. 그는 그림을 그리거나 가구 등을 칠해 판매하지만 가족의 생계를 잇기에도 부족하다. 딱한 사연을 접한 한 미식축구 선수가 지원금을 보내오고 있으나 이마저 11월 중단될 예정이라 집을 압류당할 위기에 처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 단체인 미국유학생모임(www.miyoomo.com)이 맨지오니씨 가족 돕기에 나섰다. 이들은 포스터를 제작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페이스북, 싸이월드 등에 에미의 사연을 알리고 있다. 맨지오니씨도 웹사이트(www.emmiegrace.com)을 만들어 기부를 받고 있다.
맨지오니씨는 넓은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싶은 에미를 위해 휠체어를 싣고 다닐 수 있도록 우선 자동차를 개조하고 싶단다. 그는 "에미를 내 딸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게 제겐 축복"이라며 "훗날 에미를 데리고 친 엄마의 나라인 한국에 가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말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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