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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쪽방촌 노인들 위한 맞춤형 폭염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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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쪽방촌 노인들 위한 맞춤형 폭염대책 시급

입력
2010.08.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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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국내에서도 70대 노인 두 명이 폭염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올 여름 폭염으로 벌써 6명이 숨졌으며 러시아에서도 수십 년만의 무더위를 피해 호수나 연못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이 7월 20일 하루에만 71명이라고 한다.

벨기에에서는 올해 4월부터 7월 사이에 이상 고온으로 500명 이상이 숨졌다. 가히 '웨더쇼크'라 할 만하다.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를 꼽자면 10위까지가 모두 1990년 이후이고, 1997년부터는 매년 순위가 갱신되고 있다. 포르투갈에서 이뤄진 연구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현상이 지속될 경우 2050년쯤에는 폭염관련 사망이 약 6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폭염,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현상을 가져오는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은 온실가스배출의 증가 때문이고, 온실가스의 배출원은 화석연료의 과다 소비 때문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선진국일수록, 경제적인 부를 많이 누리는 계층일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쓰면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지만, 정작 그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폭염 등의 재난 피해를 더 많이 받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다. 빈곤계층은 폭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회피 행동을 적극적으로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예방대책으로는 폭염 경고 시스템의 구축, 냉방시설 등 폭염 대피공간의 확보, 피해예방을 위한 공공교육, 도심 숲 조성, 환기를 고려한 건축 및 바람 길을 고려한 도시 설계 등이 제시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부터 폭염특보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폭염기간에는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폭염특보제도에 따른 일반적인 주의사항 중 '한낮 외출 자제'라는 것이 있다.

극빈층 고령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쪽방촌은 냉방시설은커녕 환기시설조차 없어 한낮 실내 온도가 섭씨 35도에 육박한다. 필자가 조사차 방문한 쪽방촌은 한밤중에도 30도를 넘기 일쑤여서 대부분 수면장애, 어지러움과 두통 등 건강이상증세를 호소하였다. 이 경우 실내보다는 근처 공원이나 집 밖 그늘이 오히려 피난처일 수 있고, '무더위 쉼터'가 절실하다. 하지만 그 이용이 가장 절박한 저소득층 고령인구는 멀리 떨어진 '무더위 쉼터'로의 이동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쉼터에 간다 해도 몸과 마음이 불편해 오래 있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선진국의 경우 도시별 취약성에 기반한 폭염대책을 마련하고자 '폭염취약지도'를 작성하기도 한다. 또 그 실효를 높이기 위해 보다 세분화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취약성평가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일방적인 '폭염특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별, 계층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폭염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가령 최빈층이 모여 있는 쪽방촌에 대해서는 보건소의 방문간호사 인력을 확충하고 폭염기간 동안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수시로 방문하여 적절한 생수 공급, 영양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올해 폭염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내가 편하고 시원한 대신 그 피해를 누군가가 감당하고 있고, 그 누군가가 바로 도심의 쪽방촌에서 더위에 지쳐 누워있는 노인들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나도 모르게 등에 땀이 흐른다.

김영민 이화여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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