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 콕스 지음ㆍ김창락 옮김
문예출판사 발행ㆍ352쪽ㆍ1만7,000원
거장답게 회고록의 스케일도 장중하다. 개신교계의 세계적 석학 하비 콕스(81ㆍ 사진)가 지난해 하버드대 정년퇴임을 맞아 저술한 는 자신의 종교적 편력과 더불어 2,000년 기독교 역사 전체를 회고하는, 그야말로 학문적 여정의 총결산이다. 기독교 역사 및 기독교 연구사, 그리고 저자의 신앙 인생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웅장한 대하 서사극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회고록이라 해서 회한이나 감상적 미화 따위를 떠올리지는 말기를. 기독교 역사를 돌아보는 그 눈은, 진보적 신학의 거두답게 매섭게 번뜩이며 역사의 어긋난 길목을 비판하고 기독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려는 노력으로 가득하다. 책 제목에 ‘미래’라는 말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기독교 전체 역사를 ‘신앙(Faith)의 시대’와 ‘믿음(Belief)의 시대’ ‘성령(Spirit)의 시대’라는 세 시기로 구분하는데, 첫 시기는 예수부터 3세기까지의 초기 기독교 공동체 시대다. 정통과 이단, 사제와 평신도의 구분이 없었고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꿈꾸며 지상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구현하려는 기독교 공동체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됐던 시기다. 이 새로운 종교 운동은 당시 지배 질서였던 로마제국에 반대하는 반제국주의 운동이었다는 것이 콕스의 해석이다. 이는 1940년대 이집트 나그함마디 문서 발굴 등 고고학적 발견 등을 통한 연구 성과를 근거로 한 것인데, 이 시대를 왜곡했던 그간의 기독교 정통 역사관도 저자의 비판 대상이다.
두번째 ‘믿음의 시대’는 기독교가 “역사상 가장 아이러니한 역전 중 하나”(99쪽)로 제국의 종교가 된 4세기부터 20세기까지다. 정치권력에 기대어 성직자계급과 교회라는 제도적 체제가 확립되고 이단을 처단하는 교리가 신앙의 척도가 된 시대인데, 이 시기에 기독교가 영적인 신앙에 기반을 둔 활기찬 종교에서 교조적 교리에 대한 믿음을 강요하는, ‘강제적인 지침들의 체계’로 전락했다고 콕스는 지적한다.
세번째 ‘성령의 시대’는 이 책이 내다보는 바로 그 ‘미래’로서, 20세기 후반부터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제3세계에서 등장하고 있는 기독교의 흐름이다. 교리에 대한 믿음보다 개인의 영적 체험을 중시하고 공동체에서의 실천과 사회적 참여를 강조하는 이 흐름에서 콕스는 기독교의 희망을 본다. 책을 번역한 김창락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장은 “기독교회가 ‘개독교회’로, 목사가 ‘먹사’로 조롱 당하는 실정에서, 그래도 기독교에 미래가 있다는 빛을 보여주는 책”이라며 “기독교 근본주의 신도나 기독교 타도에 열성인 사람들도 자신의 입장을 점검하는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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