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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사 철회" 국토부의 빗나간 으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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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사 철회" 국토부의 빗나간 으름장

입력
2010.08.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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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이 발표한 내용을 인용한 언론에서는 금요일 정오까지 기사를 철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4대강 운하의혹 보도와 관련, MBC PD수첩과 법정공방(방영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벌였던 국토해양부가 낸 보도자료의 한 구절이다. PD수첩이 예고편에서 내보낸 내용과 실제 방송분 사이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니, 이를 인용해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와 기자들은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서 내려달라는 요구였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기사의 게재여부는 어디까지나 언론사가 스스로 판단할 문제. 정부기관이 이에 대해 철회 운운하고, 더구나 일방적으로 시한까지 못박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다. 더구나 PD수첩과 정부의 진실 공방이 완전 결론 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런 입장 차이를 객관적으로 비교ㆍ소개한 기사들까지 인터넷에서 삭제하라는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행태다. PD수첩의 시각에 동의하고 말고를 떠나, 방송 내용이 국민들이 결코 봐선 안될 '불온문서'도 아닌데 정부가 왜 이렇게 '오버'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군사정권 때의 보도지침이 연상된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국토부는 이미 PD수첩 방송예정 당일 방송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기각된 전력이 있다. PD수첩 결방으로 겨우 '체면'은 살리게 됐지만, 그래도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반 네티즌을 겨냥해 인터넷에 확산되는 허위사실에 대해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함께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추정컨대 '미네르바식' 대응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인터넷 논객인 미네르바가 체포ㆍ기소되고 법원에서 무죄를 받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논란을 빚었는지 국민들은 잘 기억하고 있다.

타지도 않은 방송 내용을 가지고, "민ㆍ형사상 대응"을 운운하는 것은 일종의 협박처럼 들린다. 성숙한 정부가 취할 태도는 결코 아니란 얘기다.

이영창 경제부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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