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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오는 차이나머니… 달아오르는 채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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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오는 차이나머니… 달아오르는 채권시장

입력
2010.08.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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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금리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인상을 여러 차례 시사했는데도, 정작 채권금리는 가파른 하락(채권가격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장에선 “명백한 과열이다”고까지 진단하고 있다. 도대체 채권시장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파른 추락

20일 채권시장에서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채권값이 또 다시 급등(채권금리 하락)했다. 대표물인 5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무려 0.11%포인트나 급락, 연 4.13%로 거래를 마쳤다. 작년 4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도 각각 0.09%포인트, 0.08%포인트씩 하락했다. 이 역시 지난해 1월 이후 1년7개월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 주동안의 낙폭은 무려 0.2%포인트에 달한다.

채권을 거침없이 사들이는 쪽은 외국인, 그 중에서도 ‘차이나 머니’다. 이들에 의해 채권값이 급등하자, 포트폴리오상 장기채를 갖고 있어야 하는 국내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서둘러 동반매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엄밀히 말해 채권금리는 지금 올라가야(채권값이 떨어져야) 정상. 내달 한은의 기준금리 2차 인상이 유력시되는 만큼, 시장금리는 이에 앞서 오르는 게 통상적인 패턴이다. 하지만 난데없이 외국인들이 채권을 싹쓸이하자, 국내 기관들도 더 이상 기준금리 인상을 기다리지 못하고 다급히 ‘묻지마 매수’에 나섰고, 결국 채권금리 급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중국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존재감이 매우 미미했다. 하지만 작년 8월 이후 중국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미 국채를 처분하고 대신 아시아로 눈을 돌리면서 양상은 바뀌었다. 중국은 현재 월평균 3,000억원 이상 꾸준히 우리나라 채권을 순매수하고 있는데, 주로 만기 3년, 5년짜리 국고채를 사들인다. 중국은 올 들어 7월까지 한국채권에 2조4,814억원을 순투자(매수에서 매도와 만기상환을 뺀 것)해, 룩셈부르크(4조3,184억원)와 미국(2조7,577억원)에 이어 3위 채권투자국으로 올라섰다.

외국인 파워 더 커진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는 지난달 한국을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경기둔화 우려로 초저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통화도 약세를 띠면서,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으로 관심이 급격히 쏠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증권시장은 이례적으로 주식과 채권쪽에 동시에 외국인자금이 유입되고 있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이다.

채권시장을 노크하는 외국자금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과거엔 환율과 연계해 차익거래를 노린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단기자금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외국 중앙은행, 펀드 등의 장기 투자자금이 많아졌다. 중국계 자금도 대부분 중앙은행(인민은행) 자금이다.

대우증권 김일구 채권분석부장은 “최근 1년새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자금의 성격이 단기성에서 장기투자성으로 바뀌었다”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이런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가 외국인들이 채권을 내놓지 않자 값이 급등했는데도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매수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다 보니, 정책도 잘 먹히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매수로 채권금리가 급락함에 따라, 한은의 금리인상정책 약효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금리정책을 방해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데다 국내 채권시장에는 국내외 자금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 한국투자증권 이정범 연구원은 “현재 금리 급락 현상은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 동조하는 측면이 있지만,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3.6% 아래로 떨어진다면 시장이 과열됐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중국 등의 국채 매입이 현재 수준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여,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져도 시장금리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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