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 상태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전국 400여 곳의 사업을 전면 구조조정해야 할 처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정작 조직 내부의 자구노력은 팽개친 채 돈 잔치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에 따른 유휴 인력을 무더기로 국내외 연수과정에 보내는가 하면,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올해 1,000억원 이상의 돈을 나눠준다고 한다. 120조원의 부채에 하루 이자만 100억원에 달해 재정지원까지 거론되는 공룡 공기업의 이런 행태는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올해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에 보낸 임직원은 250명에 달한다. 통합 이후 조직은 크게 축소됐으나 2012년까지 1,300명(13.5%)을 줄이기로 한 인원은 거의 손대지 못한 채 연수 파견자를 예전보다 2배나 늘리는 편법을 쓴 것이다. LH는 이들에게 통상급여 외에 최대 연 7,800만원의 해외 체재비 등 모두 62억원의 교육비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S등급 밑인 A등급을 받아 작년보다 60%나 증가한 1,062억원의 성과급을 책정, 이미 940억원을 집행했다. 120조원의 빚 대부분이 정부 사업을 대행한 통합 전 두 회사로부터 이전된 것임을 참작한 평가등급을 놓고 '나홀로 파티'를 벌인 셈이다. 금주 초 비상경영체제 선포대회를 갖고 돈 될 것은 다 팔아 환골탈태하겠다던 LH의 다짐을 지켜본 대다수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낄 만도 하다.
LH 임직원들은 이런 비판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공기업과 같은 경영평가 잣대에 따라 성과급이 책정됐고, 교육프로그램은 과잉인력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운 데 따른 고육책이니 말이다. 더구나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료를 올린다면서 뒤에서 500% 성과급 잔치를 벌인 한국전력 사례도 있다. 하지만 LH의 부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을 의식했다면 자기 몫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고 때론 조장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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