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 지음
김영사 발행ㆍ840쪽ㆍ3만2,000원
두툼한 책 한 권에 우리 고소설에 대한 정보가 두루 담겼다. 고등학교 교사 출신의 국문학자인 간호윤씨가 “고전문학에 대한 책은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보기에 너무 어렵거나, 혹은 너무 수준이 떨어지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 안타까워 썼다”는 이 책은 대중성과 학문적 깊이를 모두 겨냥했다.
고소설의 정의와 용어 등을 정리한 고소설론에서 출발해 작가론, 작품론, 배경론, 문화론까지 다루는 가운데 10세기의 전기소설 ‘온달전’부터 20세기 초 ‘김인향전’까지 수많은 고소설을 녹여냈다. 각 장이 개별적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어 굳이 순서를 따지지 않고 관심 가는 대목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작품론에서는 최초의 금서 ‘금오신화’, 최초의 민중소설 ‘임진록’, 최고의 베스트셀러 ‘조웅전’ 등 작품마다 타이틀을 붙여 흥미를 자아내고, 배경론에서는 고소설 속 최고의 추녀와 추남, 불한당 등을 꼽아본다. 추녀 부문에서는 ‘박씨전’의 박씨와 ‘장화홍련전’의 허씨가 선두 다툼을 벌인 끝에 허씨가 선정된다. 문화론에서는 속담이나 그림, 놀이 등 생활 속으로 전파된 고소설의 영향력을 살펴본다.
저자가 고소설에 박수만 보내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효를 내세운 ‘심청전’이나 계모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조장하는 ‘사씨남정기’ 등 고소설 속에 담긴 유교 사회의 억압적 시선을 지적하기도 하고, ‘홍길동전’이 정말 허균이 지은 것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조선 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으나 소설만큼은 철저히 배척했던 정조, 등의 저서로 우리 고소설을 최초로 정리했지만 남로당 활동으로 처형당해 오랫동안 묻혀있었던 국문학자 김태준(1905~1949), ‘춘향전’과 ‘심청전’을 번역해 서양에 알린 의사 알렌 등 고소설과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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