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우리는'한류 열풍'을 통해 문화 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꿨다.
아시아를 넘나든 한류 열풍은 세계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 한국 사람들이 창조하고 소비하는 행동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의 핵심 역량이 자국 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국가의 문화와 융합되고 연계를 통해 발전되고 있는 데 주목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인간의 상상력을 담보로 하는 창의력을 핵심 역량으로 하는 창조경제의 활성화에 대한 관심도 역시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 최근'콘텐츠 산업은 콩나물 시루에 물주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어 당황스러웠다. 예전에 시장에 콩나물을 사러 가면 조그만 시루에서 갓 자란 콩나물을 뽑아 신문지에 싸주곤 했다. 과거 상인들은 콩나물 생산을 위해 나름의 습득된 기술과 열정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시루에 그냥 물만 부어주면 콩나물은 알아서 자랐을까.
물론 세상이 바뀌고 사회구조가 바뀐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콘텐츠산업을 쉽게 콩나물 시루에 비교하여 표현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생산자가 주먹구구식으로 콩나물을 키워서 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콩나물 하나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생산 유통 마케팅까지 고려해야 하며 누군가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각종 영양분에 대한 연구도 깊이 있게 해야 하는 현실이다.
콘텐츠 산업도 마찬가지다. 콘텐츠 산업은 이제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에 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주도 면밀한 전략과 미래를 향한 끊임없는 연구 노력 없이는 산업으로서 유지해 나가기 힘든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콘텐츠 산업의 미디어와 첨단기기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개개인의 창의력에만 의지해서는 미래는 없다.
시장 환경이 변하면 기업은 도태되기 전에 변화를 꾀해야 하고, 변화과정의 고통도 어느 정도 감수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정부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 중에서 예산 지원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글로벌기업이 영화 와 같은 콘텐츠 하나에 투자한 금액과 비교해 보더라도, 정부의 지원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질병에 대처하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병원균을 이길 수 있는 튼튼한 체질을 만드는 것이다. 사후적이고 단기적인 약물 치료로는 장기적인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획일적 지원 정책보다는 장르별 산업의 성숙도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에 둔 차별성과 다양성이 담보될 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미래지향적 산업으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기존의 제작지원 형태인 직접지원 방식의 장점은 유지하되, 산업 전반의 파이를 키울 수 있고 지속적 활용이 가능한 인프라를 위한 간접지원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략을 시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에 따르는 두려움과 고통은 좋은 기회로 보상받을 수 있는 투자로 봐야 한다. 정부도 변화가 기회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다양한 기업 및 이해 당사자들과 소통을 통해 이해와 상생의 길을 열어 나갈 때, 우리의 창의적 잠재력이 콘텐츠 산업을 통해 세계에 전해질 것이다.
김재하 서울예술대학 디지털아트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