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 지음
민음사 발행ㆍ360쪽ㆍ1만1,000원
등단 18년차 소설가 김경욱(39)씨의 5번째 장편이자, 단편집까지 합쳐 통산 10번째 작품인 은 평범한 남녀의 사랑과 결혼을 다룬 연애소설이다.
대학 동기생-작가 김씨처럼 90학번이다-으로 노래패에서 처음 만난 주인공 김명제와 백장미는 15년 동안 2번 이별(이혼)하고 3번 재회(결혼)한다. 순탄치 않은 두 사람의 관계와 그들의 심리를 면밀하게 추적하면서 작가는 낭만적 신화에 가려진 사랑의 맨얼굴을 보여주려 한다.
사랑 자체가 아니라 사랑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려 소설은 두 가지 장치를 뒀다. 하나는 왕자와 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를 이야기 곳곳에 배치한 것. 으레 ‘두 사람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이들 동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신화적 사랑의 표상이다. 다른 하나는 정신과 의사의 등장이다. 그는 주인공들이 사랑에 대해 품고 있는, 환상동화와 다름없는 허위의식을 들춘다. 주인공 명제와 장미를 졸업 후 영화제작사와 은행에서 일하는 남다를 데 없는 인물로 설정한 것도 요란한 연애담보다는 그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보려는 작가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은행 창구 직원과 고객으로 우연히 만난 장미와 명제는 급속히 가까워져 결혼에 이르지만 신혼여행이 여행사의 부도로 어그러지면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한다. 배우자가 제 이상형에 가깝다는 믿음이 흐려지고, 상대가 대학시절 좋아하던 이성을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음을 서로 눈치채면서 이들의 첫번째 결혼은 금세 파국을 맞는다.
제 마음 속 왕자(공주)와 현실의 배우자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결국 제풀에 결혼 생활을 접고 마는 이들의 모습은 싱겁게 이뤄진 재혼 생활에서도 반복된다. 남이 보기엔 사소하지만 당사자들에겐 심각하기 그지없는 일상 속 에피소드들을 아기자기 엮어가면서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김씨의 작가적 역량은 새삼 주목할 만하다.
결혼 생활에 고통스러워하는 장미에게 의사가 건네는 조언은 사랑의 본질에 대한 작가 김씨의 생각이기도 하다. 의사는 널리 알려진 동화 ‘개구리왕자’에서 자신이 벽에 집어던지는 바람에 왕자로 변신한 개구리와 결혼한 공주를 자신의 환자에 빗댄다. 공주가 왕자의 내면에 있는, 자신이 싫어하던 개구리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행복한 결혼 생활은 요원하다는 것. 이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을 앓고 있는 현대인에 대한 쓴소리이기도 하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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