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인사청문회에서 쪽방 투기 의혹에 대해 "집사람이 친구들과 같이 노후 대비용으로 그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위야 어찌됐든, 제 부덕의 소치고, 그런 문제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사실상 아내의 쪽방투기를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상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닌 듯하다. 이 후보자의 아내가 지인 2명과 함께 서울 창신동 쪽방촌의 건물을 구입한 것은 이 후보자가 산업자원부(지경부 전신) 차관보급 직책에 재직 중일 때였다. 그 정도의 고위공직자 가정이 노후를 위해 뉴타운으로 지정될 서민주거지역의 건물을 사들여 개발이익을 얻으려 했다면 일반국민의 정서로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후보자의 아내는 서울 중계동 중심가의 오피스텔 상가도 매입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가 이번에 신고한 재산은 20억원이 넘었다. 그 정도의 재력을 갖고 있으면서 쪽방촌 투자를 노후 대비라고 한다면 아무런 노후 대비책도 없는 일반 서민들은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은 쪽방촌 건물 구입 후 가격이 크게 떨어진 점을 부각시켜 은근히 동정론을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한 투기라도 투기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 만큼 도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 후보자 본인은 직접 관련 없다 해도 가족 등 주변 관리를 못했다면 고위공직 후보로 결격사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자산증식 행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 국정기조로 내세운 친서민과 공정한 사회 기치와도 거리가 멀다.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도 어제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과 딸 국적문제 등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김태호 총리후보자 등 8ㆍ8 개각으로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나머지 고위공직 후보자들도 내주에 줄줄이 인사검증대에 선다. 거의 예외 없이 각종 의혹 투성이다. 청문회가 한꺼번에 몰려 부실 우려도 없지 않지만 여야가 정략을 떠나 철저한 검증으로 고위공직자로서의 적격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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