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국의 대표 수문장으로 자리 잡은 정성룡(25∙성남). 그는 올림픽 대표팀 소속이던 지난 2008년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전반 40분 그가 찬 롱 킥이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한 번 바운드된 뒤 코트디부아르 골키퍼의 키를 넘기며 골이 된 것. 국제 경기에서 대표팀 골키퍼가 골을 넣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골 맛에 익숙하지 않은 정성룡은 별다른 골 세리머니도 하지 않은 채 멋쩍은 듯 옅은 미소만 지었다.
축구 전문사이트 골닷컴은 20일(한국시간) ‘골 넣는 골키퍼 TOP 10’을 선정해 발표했다.
10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파라과이의 루이스 칠라베르트다. 칠라베르트는 걸출한 킥력을 뽐내며 언제나 전담 프리 키커로 나섰다. 91~2000년까지 아르헨티나리그 벨레스 사르스필드에서 뛰던 칠라베르트는 10년간 272경기에서 24골을 넣었다. 웬만한 미드필더와 견줄만한 득점력이다. 99년에는 골키퍼로는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머리 뒤로 발을 넘겨 공을 걷어내는 ‘스콜피온 킥’으로 유명한 콜롬비아의 레네 이기타도 골 넣는 골키퍼 가운데 한 명이다. A매치에서 3골을 넣는 등 총 41골을 뽑아낸 이기타는 그 공격력만큼 위험한 플레이로 보는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곤 했다. 그는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카메룬전에서 과도하게 앞으로 전진해 상대팀 공격수 로저 밀러에게 어이없이 공을 뺏겨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이력도 있다.
이들에 이어 덴마크의 전설적인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 멕시코의 호르헤 캄포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환상적인 선방을 펼쳤던 나이지리아의 빈센트 엔예마도 TOP 10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명단에는 없지만 김병지(40∙경남FC)도 골 넣는 골키퍼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울산에서 활약하던 지난 98년 포항과 K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김현석의 오른발 프리킥을 헤딩으로 넣어 국내 골키퍼 득점 1호를 기록한 바 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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