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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어] 롯데 마운드 구세주로 떠오른 김수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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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어] 롯데 마운드 구세주로 떠오른 김수완

입력
2010.08.2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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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5㎝에 몸무게 68㎏. 바람불면 날아갈 듯 하늘하늘하지만, 그가 던지는 공은 연일 프로야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롯데 3년차 오른손투수 김수완(21)의 얘기다. 김수완은 2008년 입단 후 2군에만 머물다 올해 6월 처음으로 1군 마운드를 밟았다. 그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6월29일 삼성전. 구원투수로 내보냈는데 5타자 연속 탈삼진을 포함해 4이닝 동안 8탈삼진 무실점의 퍼펙트 투구를 뽐냈다.

자신감이 붙은 김수완은 7월22일 한화전서 8이닝 1실점으로 데뷔 후 첫 승리의 감격을 맛보더니 지난 17일에는 SK를 상대로 9이닝 무실점 완봉쇼까지 선보였다. 역시 데뷔 후 첫 기록. 국가대표 간판 왼손투수 김광현과 맞대결을 펼쳐 완봉승을 거둔 데다 4승무패 평균자책점 2.68의 성적은 김수완을 단숨에 신인왕 경쟁 대열에 합류시켰다.

그러나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김수완은 손사래를 쳤다. “신인왕은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승수나 평균자책점 욕심도 없고요. 팀이 4강 가는 데 보탬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러나 미래의 김수완을 얘기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안 아프고 매년 10승 이상씩 올리는 투수가 될 겁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던지는 포크볼

김수완의 매력은 앳된 얼굴에서 나오는 수줍은 미소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좀처럼 웃을 일이 없었다.

김해고에 다니던 김수완은 1학년을 마친 뒤 머릿속이 하얘졌다. 감독이 바뀌면서 방향을 잃었다. 하는 수 없이 전학을 결심하던 중 연락이 왔다. 프로야구 원년멤버인 성낙수 제주관광산업고 감독의 전화. “1학년 때 제주관산고와 김해고가 연습경기를 한 적이 있는데 성 감독님이 그때부터 저를 눈여겨보셨다고 하더라고요.” 김수완은 망설임도 없이 짐을 싸 낯설기만 한 제주도로 홀로 떠났다.

2007년 4월26일 대통령배 순천효천고전. 김수완은 9이닝 동안 안타를 1개도 내주지 않았다. 고교야구에서 15년 만에 나온 노히트 노런이었다. 그러나 김수완은 그해 8월16일, 2008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에서 어느 구단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 김수완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몸무게가 62㎏이었다. 허약해 보였나 보다. 솔직히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이던 그때 이번에는 롯데에서 연락이 왔다. 연습생 신분인 신고선수로 데려가고 싶다는 전화였다. ‘어차피 지명은 못 받았으니까 일단 들어가서 죽기살기로 해보자’고 마음먹은 김수완은 계약금도 없는 신고선수로 2년 넘게 눈물 젖은 빵을 씹었다.

야구인생 최대 위기는 지난해 찾아왔다. 허리 통증이 심해져 공을 던질 수가 없었고, 설상가상 공장에 다니던 아버지는 사고로 왼손 검지의 절반을 잃었다. 감정 표현에 둔한 김수완도 “그때는 진짜 힘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루빨리 공을 다시 잡아 1군 무대를 밟는 것뿐. 윤형배 2군 투수코치에게 매달려 포크볼(검지와 중지를 최대한 벌려 공을 잡아, 뿌리듯 던지는 구종)을 집중 연마했다. 유난히 긴 손가락이 포크볼 구사에 유리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삼성 타자들을 연거푸 농락한 구종이 바로 포크볼이었다.

게임 속에서는 ‘중령’, 연예인은 “티아라 지연이 최고!”

마운드 위에서는 무표정 속에 칼을 숨긴 독사지만, 야구장 밖에서는 PC방을 즐겨 찾고, 걸 그룹 열풍에 환호하는 별다를 것 없는 스물한 살이다.

김수완은 쉬는 날이면 PC방을 찾는다. “랩탑 컴퓨터가 좀 느려서 PC방에 가요. ‘스페셜 포스(1인칭 슈팅 게임)’만 하는데 계급이 중령이에요.” 김수완은 “어디 가서도 꿀리지는 않을 실력”이라며 웃었다. 걸 그룹들 중에서는 티아라를 좋아한다고. 그 중에서도 김수완은 “티아라의 지연을 가장 좋아한다”며 또 한 번 웃었다.

김수완이 입는 바지의 허리 사이즈는 32인치. 호리호리하다 못해 깡마른 체구에 비해서는 작은 것도 아니다. 김수완은 “허리는 30인치가 맞는데 막상 입으면 허벅지에서 딱 걸린다. 그래서 32인치를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도무지 몸에 맞는 바지가 없다”고 속상해 했다. 현재 몸무게는 68㎏에서 70㎏ 사이를 오간다고.

올시즌을 6월부터 시작한 김수완은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던지는 김수완은 “내년에는 커브를 익힐 생각”이라고 했다. ‘도깨비 포크볼’에 ‘폭포수 커브’까지 갖춘 김수완의 이름 앞에 내년에는 어떤 수식어가 붙을까. 아들이 한사코 말리는 바람에 한 번도 야구장을 찾은 적 없는 김수완의 부모도 내년쯤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야구장 나들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인천=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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