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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굶주림에 대한 공포, 애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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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굶주림에 대한 공포, 애그플레이션

입력
2010.08.2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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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만 해도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말이 되었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이전과 달리 먹고 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해마다 쌀농사는 풍작인데 소비는 줄어서 쌀이 남아돈다는 기사가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식량문제에 관해 착시현상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어느 정도일까. 쌀, 보리, 밀 옥수수 등 식용으로 사용되는 농산물의 총 자급률은 30%가 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물론 쌀은 예외지만, 다른 농산물들은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밀의 자급률은 1%가 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식생활 변화로 빵이나 국수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소비되는 밀의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극단적 가정이기는 하지만, 만약 곡물 수출국들이 자기 국민들 먹거리가 부족하여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먹던 것의 30%로 끼니를 때우며 살아가야 한다. 식량사정 악화로 인한 북한의 어려움을 우리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우리는 식량문제에 너무 둔감하게 지내왔다.

최근 밀, 옥수수와 같은 곡물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언론에서는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쳐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올해 5월까지만 하더라도 부셀당 4달러 58센트에 머물던 밀가루 원료인 소맥의 가격이 7월부터 급등하여 8월 5일에는 7달러 86센트까지 치솟았다. 불과 두 달 사이에 70% 넘게 상승한 것이다.

곡물가격이 급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에도 큰 폭으로 오른 바 있다. 당시 세계농업기구(FAO)가 작성하는 식량가격지수(Cereals Price IndexㆍCPI)는 한 해 동안 72%나 치솟았다.

이처럼 최근 들어 간헐적으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수요와 공급 모두에서 구조적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요 면에서는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 인도, 개발도상국의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직접적인 식량수요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육류소비를 위한 사료용 소비까지 증가했다. 또 석유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옥수수, 콩 같은 에너지 추출용 수요도 급증했다.

공급 면에서는 세계적으로 급속히 진행되는 도시화로 경작지가 줄어들면서 생산이 정체되고 있다. 또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같은 주요 곡물생산국들이 큰 타격을 받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의 곡물가격 폭등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한 가뭄, 산불로 밀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들 나라가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급등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러시아 등지의 기상이변이 진정되는 추세에 있고, 소맥의 경우 세계 재고가 2억톤에 달해 2008년의 1.2억톤에서 크게 증가해 있다. 또한 농업관련 과학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어 생산량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보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지적한 바와 같이 “최근의 곡물가격 상승은 세계시장의 펀더멘털 변화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일시적 공급충격에 따른 정상적 반응”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래 가격의 지표라 볼 수 있는 장기선물가격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앞으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공급충격이 ‘일시적’이 아닌 ‘일상적’인 것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또한 종래 농경산업 위주였던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의욕적으로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경지면적과 식량생산 감소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먹는 것은 인간생존의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요소이다. 2만달러의 국민소득에 취해 30%에 불과한 식량자급률을 잊고 산다면, 언젠가는 돈을 들고도 먹지 못해 고통 받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채민석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종합분석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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