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든 작품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아직 얼떨떨해요”
19일 경기 하남시 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 만난 문수빈(17ㆍ영상연출과 2년)양이 지난 17일 화성시 유&아이 센터에서 열린 제2회 청소년 성평등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문 양의 출품작인 단편 영화 ‘옆집에(24분37초)’는 형제자매 없이 아빠와 단 둘이 살면서 사회와 부모의 관심으로부터 방치된 10살 여자아이의 생활을 차분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문 양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보단 그저 담담하게 주인공의 일상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극적이고 화려하면 오히려 일상의 리얼리티가 떨어지잖아요”라며 “주인공 여자아이도 아직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저를 닮은 아이로 표현했어요”라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김태용 감독과 심사위원들 역시 작품의 절제된 표현력에 대해 호평했다.
문 양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지난해 8월부터 구상했고 같은 해 11월에 본격적으로 촬영에 돌입했다. 제작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촬영 장비는 학교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스텝을 맡은 친구 5명과 10만원씩 갹출해 마련한 60만원으로 아이의 아빠, 아빠의 친구, 옆집 여자 등 출연자까지 구해야 했다. “그래서 인터넷 영화 엑스트라 구인 사이트에 ‘반 협박 글’을 올렸어요. ‘학생 작품이에요. 도와주세요’라고 떼를 썼죠. 그랬더니 길이 열리더라구요.” 그가 지급한 개런티는 배우 한 명당 5~6만원이었다. “갑자기 출연 펑크가 난 적이 있어요. 급한 김에 음향을 맡고 있던 친구가 그 역할을 했죠. 지금은 웃음이 나오는 추억이지만 그땐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문 양도 극중에서 동네 슈퍼 주인으로 출연했다.
우여 곡절 끝에 6~7시간 분량의 장면을 테이프에 담는데 성공했다. 이후 3개월이 넘는 편집 기간을 거쳐 문수빈 감독의 처녀작 ‘옆집에’가 탄생했다. 큰 상은 탔지만 문 양의 영화 열정은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그는 ‘단절’을 표현했던 이번 작품과는 달리 다음에는 ‘소통’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짐 자무시 감독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아요. 상업성이나 대중성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성을 고집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거든요. 저도 영화에만 전념하는 예술 영화 감독이 되고 싶어요.”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