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뜨거운 감자’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영업정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점 폐쇄를 요구하는 미국과 독자 재제에 나설 경우 강력한 보복을 하겠다는 이란. 그 틈새에 끼여 일종의 절충안을 모색 중인 셈이다. 하지만, 영업정지도 모든 걱정을 한 방에 날려버릴 만족스런 묘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이란과 미국 양쪽 모두의 불만만 키울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금융감독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19일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는 사실상 끝났으며 금융당국 손을 이미 떠났다”며 “어떤 수위의 제재를 할 것인지는 이제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6월부터 실시한 검사에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 없이 이란 내 금융제재 대상자와 수 차례 거래를 해온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환거래법은 금융제재 대상자와 거래할 경우 사전에 한은 총재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이런 거래에 대한 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2개월 영업정지’ 조치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정부 한 당국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경우가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은행 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핵 확산이나 테러활동과 연루된 이란 기업과의 불법 거래를 포착하는 등 지점 폐쇄로 몰아갈 수 있을 정도의 불법행위는 찾아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결국 영업정지는 미국과 이란 요구의 절충안인 동시에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의 상한선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영업정지가 적절한 처방인 지는 불투명하다. 이란은 이란대로 영업정지 조치에 순순히 수긍하기 힘들 것이고, 미국은 미국대로 조치 수위가 미약하다며 불만을 표시할 개연성이 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란 입장에서는 정기검사라는 사실 조차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란의 불만을 잠재우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오히려 미국측 입맛을 얼마나 맞추느냐가 더 관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환업무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경우,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지점 폐쇄나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전신환이나 일본 등을 통한 우회 송금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모색되고 있지만 근본 해법은 되기 어렵다. 게다가 영업정지는 어차피 한시적인 조치. 어차피 이란 제재 문제가 한 두 달 내에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 조치를 한다고 해도 그 다음이 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래 저래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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