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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샌델 교수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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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샌델 교수 신드롬

입력
2010.08.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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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공연도 아닌데….”

의 저자 마이클 샌델(57)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방한 강연을 준비하던 출판사 김영사 관계자들은 독자들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해외 학자, 그것도 정치철학자의 강연에 마치 유명 팝스타의 공연처럼 참가 신청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김영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샌델 교수의 강연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당초 1,000명 정도로 신청자를 예상했다가 하루 500명꼴로 신청이 몰리자 지난 3일 서둘러 마감했다. 신청자가 무려 5,000명에 육박한 것이다. 강연 장소도 코엑스로 잡았다가 부득이 4,700석 규모의 경희대 평화의전당으로 바꿔야 했다.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는 지금도 “뒤늦게 강연 소식을 알게 됐는데, 강연을 꼭 보고 싶다”며 초대장을 양도해 달라는 호소글이 적지않게 올라와 있다.

올해 상반기 32만여부가 판매되며 국내 출판계를 강타한 가 저자의 방한으로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30대 독자층의 ‘정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우리사회의 뜨거운 교육열까지 가세하고 있는 양상이다. 독톡한 토론식 강의로 유명한 샌델 교수의 강연에 중고교생과 학부모들이 대거 참가 신청을 한 것이다. 김영사 관계자는 “지방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강의를 듣겠다는 학부모들도 있고, 45인승 버스를 대절해 학원생들을 이끌고 오겠다는 학원도 있다”며 “하버드대 교수가 직접 영어로 하는 강의를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열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20일 오후 7시 열리는 강연에서 하버드대에서 20년 동안 최고 인기 강좌로 꼽힌 ‘정의(Justice)’ 수업과 똑 같이 청중과 직접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19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5,000여명이나 되는 청중과의 토론식 강의가 유효할지, 나에게도 흥미로운 실험이다”라고 말했다. 강연 참가자들이 사전에 제출한 샌델 교수에게 던질 질문에는 ‘대북정책’ ‘군 복무 가산점 제도’ ‘연고주의’ 등 우리사회 현안에서부터 자본주의 체제 문제, 사형제도 등 심도 깊은 주제까지 망라돼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초청으로 18일 밤 방한, 22일 출국할 예정인 샌델 교수는 19일부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오전 대학생들과의 조찬 간담회에 이어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오후 5시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정ㆍ관계 인사 및 각국 대사 등 170명을 상대로 1시간30분가량 정의론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에는 한나라당 정몽준 정두언 원희룡 전여옥 의원, 민주당 신낙균 추미애 의원,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야 정치인들이 참석해 샌델 교수의 정의론 바람이 정치권에도 불고 있음을 보여줬다.

샌델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내 책을 읽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며 고무된 표정이었다. 자신의 저서가 정치철학서로는 드물게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한국인들의 갈증을 반영하는 것이란 그간의 분석들처럼, 그도 “한국에서도 정의에 대한 배고픔과 갈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십년 간 미국과 유럽, 한국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가 경제성장에만 치중해서 ‘좋은 삶’과 ‘공동선’ 등 삶의 중요한 문제를 도외시했는데, 풍요해지면 질수록 사람들은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며 “윤리적ㆍ도덕적 가치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즉 의견의 불일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하는 첫 단계”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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