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패션 트렌드를 가늠해 보려고 최근 주목 받는 디자이너 4인의 사무실을 찾았다. 패션 디자이너 사무실은 기대만큼 화려하지 않다. 여기저기 천 조각들이 뒹굴고 조그만 샘플 의뢰서들이 벽에 가득 붙어있다. 디자이너의 방은 곧 세상에 나올 제작 단계의 의류들로 가득 차 있다. 여기서 올 가을 패셔니스타들을 사로잡을 의상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트렌드를 한 발 앞서 보여주는 9월 뉴욕컬렉션에 이어 10월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는 '잘 나가는' 디자이너들로부터 가을 옷 연출법을 들어본다.
■곽현주, 헐렁한 점퍼에 레깅스로 날씬함 강조
곽현주 디자이너는 올 가을 퍼(furㆍ모피)를 활용해 원시적이면서도 활동적인 스타일을 제안했다. 곽 디자이너는 "여성은 편하고 헐렁한 야상(밀리터리 룩)점퍼에 레깅스를 입으면 날씬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 가을 주력으로 내놓을 점퍼는 올해 인기를 끈 데님 소재에 퍼를 사용하고 내피를 넣어 실용성을 더했다.
남성용은 편하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을 주도록 지퍼와 포켓, 후드를 활용한 디자인을 강화했다. 곽 디자이너는 "우리나라 남성들은 옷을 입을 때 좀 더 과감하게 자신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9월 뉴욕컬렉션에는 국내 캐릭터 브랜드 뿌까(Pucca)와 협업을 통한 상품들을 선보인다. 그는 "미키마우스와 돌체앤가바나(D&G)가 협업을 통한 상품을 내놓은 것처럼 우리 캐릭터를 활용, 동양적이면서도 힘 있는 여성상에 부합하는 상품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곽 디자이너는 지난 7월말 '2010 올댓 스케이트 섬머아이스쇼'에서 김연아를 비롯한 출연자 15명의 오프닝과 피날레 의상을 맡기도 했다.
뉴욕컬렉션 주제: 국내 캐릭터 브랜드 뿌까와 협업을 통해 20대 초ㆍ중반을 겨냥한 힘있는 여성상 표현
올 가을 스타일링 제안: 여성은 헐렁한 상의에 레깅스를 입어 활동적이면서 날씬해 보이도록 연출. 남성은 후드와 지퍼, 포켓을 활용해 편하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을 표현.
즐겨 입는 유명인: 슈퍼주니어와 서인영, 장근석, 소녀시대
■김석원ㆍ유원정, 어깨 강조 실루엣에 화려한 프린트 무늬
여성 브랜드 앤디앤뎁 대표인 김석원ㆍ유원정 부부 디자이너는 의상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미니멀리즘을 강조한다. 여성에겐 어깨를 살짝 강조한 상의와 미니드레스, 미니스커트를 추천했다. 이들이 가을에 선 보일 제품은 크림과 회색 등 따뜻함을 강조한 컬러와 울실크의 질감을 살린 게 특징. 유 디자이너는 "미니드레스에 발목까지 끈을 묶는 컴뱃부츠를 신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남성은 남색 재킷에 입체 주머니가 달린 카고 바지를 입는 것도 멋스럽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뉴욕컬렉션에 3년째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이번에 데칼코마니기법을 활용, 대칭 구조를 주제로 한 프린트 의상들을 선보일 예정. 김 디자이너는 "남성들이 등나무를 엮어 여름철 모시 옷에 땀이 차지 않도록 받쳐 입었던 등거리에서 모티브를 차용해 디자인에 적용했다"며 "등거리 곡선을 프린트나 팔찌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앤디앤뎁은 국내에서는 현대와 신세계백화점, 미국에서는 니만마커스 등에 입점해 있다. 이들 부부는 "좀 더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앤디앤뎁의 또 다른 브랜드는 물론 남성복 라인도 내년에 론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욕컬렉션 주제: 데칼코마니기법을 활용. 등나무를 엮은 남자들의 웃옷인 등거리에서 모티브 차용
올 가을 스타일링 제안: 여성은 울 실크 소재로 만든 어깨를 강조한 상의에 미니스커트, 컴뱃 부츠로 단순함 강조. 남성은 남색 재킷에 카고 바지로 새로운 조화 시도.
즐겨 입는 유명인: 미국 영화배우 헤이든 파네티어, 루시 리우, 애슐리 그린, 제니퍼 로페즈
■최범석, 누드 컬러 상의와 카고 바지로 밀리터리 룩
최범석 디자이너는 "여성은 기하학적 무늬가 프린트 된 의상을 입으면 어려 보일 수 있다"며 "여기에 가죽으로 된 웨지힐을 신으면 더욱 매력적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올 가을에는 남녀 모두 카키와 베이지 등 누드 컬러가 강세인 가운데 큰 사이즈 상의에 주머니가 달린 카고 바지를 입어 밀리터리 룩을 연출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이번 뉴욕컬렉션에 활동 초기에 좋아했던 느낌과 소재를 살리기로 했다. 그는 "그동안 너무 트렌드를 좇아가려고만 했다"며 "디자이너로 입문 할 때 좋아했던 면 소재와 블랙, 레드, 그레이, 블루, 베이지 등의 컬러를 사용해 초기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최 디자이너는 최근 푸마와 협업에 이어 남성복 브랜드 킨록을 내고 있는 원풍물산 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회사에 근무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내년 봄부터 새로운 컨셉트의 킨록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컬렉션 주제: 면 소재와 블랙, 레드, 그레이, 블루, 베이지 등 5가지 컬러를 통해 디자이너 초기 감성 표현
올 가을 스타일링 제안: 여성은 프린트 무늬 의상으로 어려 보이도록 함. 남녀 모두 카키와 베이지 등 누드 컬러로 사이즈가 큰 상의에 카고 바지를 입어 밀리터리 룩 연출.
즐겨 입는 유명인: 윤은혜, 조인성, 류승범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