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란 구매, 생산, 판매, 소비 활동의 부분 또는 일체를 협동으로 영위하는 단체이다. 생산자 조합원이 키운 소고기나 추수한 쌀을 소비자 조합원이 소비하는 식이다. 생산자는 조합 안에서 다시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 상호간 검증을 통해 이루어진 비영리 단체로 특정인에게 대부분의 이익이 돌아가는 대신 남은 수익금은 조합으로 재투자된다. 선진 문화권에서 이미 붐을 일으키고 있는 ‘먹거리 혁명’의 열쇠가 어쩌면 조합의 발전에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한창인 가운데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에서 친환경 요리학교를 열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투명한 생산과 책임소비
“1986년 한살림 농산, 1988년 한살림 공동체 소비자 협동조합이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한살림에 가입된 서울 지역 조합원 수만 10만7,615세대입니다.”
한살림 요리학교에서 만난 김아롱 간사는 20년이 넘는 조합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해 준다. 1980년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자는 도농교류 운동으로 출발, 농촌을 살리자는 취지로 꾸준히 발전해 온 한살림 조합은 유기농 산업과 좋은 식재료 생산을 권장하며 유통업까지 그 영역을 늘리게 되었다.
“전체 이윤의 대부분이 생산자에게 다시 돌아가는 데다가 소비를 예측하는 계약 재배와 책임소비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농수산 물가가 급작스럽게 오르더라도 소비자 조합원들은 안정된 가격으로 장을 볼 수 있습니다.”
김 간사가 설명해주는 식재료 유통구조는 이상적이다. 이윤의 대부분이 생산자에게 돌아가면 생산자는 다시 좋은 먹거리를 만드는 데에 그 이윤을 재투자하고, 그러면 다음 해에는 내 식탁에 더 좋은 상태의 식재료가 올라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니. 우리 부모 세대에 비해 먹을 것이 다양해졌지만 정작 믿고 먹을 만한 것이 오히려 줄었다고 말하는 내 또래의 주부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 말이다.
소비자 조합원은 인터넷이나 매장에서 가입하면 되지만, 생산자 조합원이 되려면 깐깐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입 신청서나 추천서를 접수한 뒤 공동체 전국 운영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소비자 위원회가 수시로 방문해서 생산과정을 확인한다. 그러니까 한살림에서 유통되는 식재료의 생산지와 생산자는 언제나 투명하게 개방되어 있는 셈이다.
친환경 요리학교와 아이들 밥상
“초록색 자연 색소는 무엇으로 만들까?”
“시금치요!” “수박 껍질이오!” “호박이오!” “쑥이오!”
김 간사와의 인터뷰가 끝날 즈음 교실에서는 아이들의 요리교실이 시작된다. 오늘의 메뉴는 우리밀 밀가루와 우리 농산물로 만든 삼색 만두.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던 나는 천연 색소와 몸에 안 좋은 인공 색소, 시금치와 쑥을 구분하는 아이들의 수준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요리전문가 채송미 강사는 한살림의 조합원으로 출발, 지역마다 열리는 친환경 요리 교실을 운영한지 10년이 되었다. “아이들 요리 교실에서는 손으로 식재료를 많이 만지게 하고, 안전한 조리 과정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좋은 식재료가 무슨 뜻인지, 어떤 맛이 투명한 맛인지를 구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목적입니다.”
삼색만두 클래스는 붉은 무를 갈아 붉은 색소를 얻고, 시금치를 갈아 초록 색소를 만드는 등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먹어도 안전한 색소’의 개념을 보여준다. 환경 호르몬과 건강한 땅의 개념을 아이들이 이해하는데 장기적으로 도움을 주고, 당장은 색 때문에 혹해서 아무 간식이나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가 요리 교육을 통해 달라질 수 있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친환경 요리 교실의 힘이다.
지역에서 난 식재료를 지역민이 모두 소비하는 시스템, 도시민도 매일 먹는 식재료 중 하나라도 동네 밭에서 키울 수 있는 ‘땅 일구는 기쁨’을 누리는 일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더 커진다. 자연과 땅을 살린다는 자부심으로 모두가 ‘밥상의 주인’이 되는 날, 도시와 농촌은 쌍둥이만큼 닮은 모습으로 서로의 곁을 지켜 줄 것 같다.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eatgamsa@gmail.com
사진=임우석 imwoo5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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