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고위공직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그제 이 문제에 대해 "이제는 시기와 정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장전입의 시기와 목적에 따라 고위공직 임명에 결격사유가 되는 기준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이 이런 옹색한 제안을 하고 나선 이유는 고위공직 후보자 가운데 위장전입 기준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는 현실적 고민 때문일 것이다. 지난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가 자녀 교육을 위해 다섯 차례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지만 넘어갔다. 2002년 국무총리 인준청문회에서는 장상, 장대환 후보자가 위장전입 때문에 낙마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인사청문 대상자들은 위장전입이 드러나도 유야무야됐다. 이런 점을 감안해 2002년 국무총리 인준청문회 이전에 투기 목적이 아니라 자녀교육 등을 위해 저지른 위장전입은 묵인하자는 발상이 나온 모양이다.
그러나 위장전입은 엄연한 실정법 위반 행위이다. 현행 주민등록법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위장전입을 했다가 적발돼 법정에 선 사람들이 연간 700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일반인보다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고위공직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묵인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명백한 실정법 위반 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일이다. 사회적 합의로 묵인하면 주민등록법 자체가 무력해질 수 있다. 법 자체를 완화하자는 의견도 있는 모양이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발상이다.
8ㆍ8개각으로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후보자 10명 가운데,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현동 국세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이어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까지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후보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를 사회적 합의로 묵인한다면 법질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법치를 강조해온 이 대통령이 이런 사리에 눈감는다면 말이 안 된다. 요즘 화두인 '공정한 사회'와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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