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것은 사교육비 경감과 학생의 부담 완화, 선택권 확대 등이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본 전문가들은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한 입시 교육의 심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전국지리교사모임 대표 박대광 교사는 “사교육 주범은 사회탐구나 제2외국어가 아니라 국영수인데 개편안은 오히려 국영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성신여대 독어독문과 김한란 교수도 “외국어는 초교 2학년부터 배우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세계화를 외치면서 대학부터 제2외국어를 배우라면 어떻게 외국인을 상대로 경쟁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응시과목 축소로 수능에서 제외되는 과목 교사들의 집단 반발이 불가피하고, 해당 수업은 다른 과목의 입시준비용으로 변질돼 교육이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세미나에서 과목 축소가 예고된 교과목 교사들과 해당 과목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개편안 내용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햇다.
과목이 줄었다고 해서 수험생들의 공부 부담도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학 탐구의 경우 물리1, 2를 통합해 물리 한 과목으로 단순화했으나 어차피 시험을 준비하려면 수업은 2과목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담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준별 시험 도입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A고 교장은 “난이도에 따라 A, B형으로 나눠 선택토록 한다고 하지만 어느 대학이 쉬운 A형을 요구하겠느냐”며 “많은 대학이 난이도가 높은 B형을 전형에 요구한다면 학생들의 수능 부담은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입장에서도 A형을 선택할 경우 하위권이라는 인식이 굳어지기 때문에 A형 선택을 꺼릴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수능 복수 시행으로 대학별 본고사가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의 속성상 수능 비중이 줄어들고, 변별력에 문제가 생기면 논술 등 대학별 시험이 부활하고, 이에 대비한 사교육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능이 보름 간격으로 두번에 걸쳐 치러지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고액 ‘족집게 과외’의 성행 예상도 적지 않다. 전국교직원노조는 논평을 내고 “수능의 위상에 대한 정립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시험 전형의 부분적인 개선은 오히려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사교육업체는 보름짜리 수능대비 전략 상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능 개편안을 연구 발표한 백순근 서울대 교수는 “거액을 들여 재수 삼수 하는 학생도 있는데 보름 공부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지나치다”며 “수능 2회 실시는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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