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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음식 - 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의 정수주 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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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음식 - 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의 정수주 주방장

입력
2010.08.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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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을 하는 화교의 아들은 고교 졸업 후 주저 없이 호텔 중식당에 들어갔다. 양파 껍질 벗기기, 송이 다듬기, 냉장고 정리 등 허드렛일 3년 끝에 자장면을 써는 칼판 끄트머리를 차지했다. 해산물, 불판 등을 차례로 거쳐 셰프(주방장)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21년. 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의 정수주(40) 주방장이 걸어온 길이다. 전형적인 특급 호텔 주방장의 이력이기도 하다.

정 주방장은 이달 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막을 내린 월드골든셰프컴피티션에서 개인부문 1등에 해당하는 특금상을 받았다. 중국요리 올림픽으로 불리며 2년마다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서 특금상을 받음으로써 정 주방장은 중국요리의 ‘명인’에 도전할 자격도 따냈다. 중국의 주요 요리대회의 수상실적으로 선정되는 명인은 각종 요리대회 심사자로 초청될 수 있고, 국내에는 지금까지 9명이 배출됐다. 정 주방장은 9월 중국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명인에 도전한다.

정 주방장이 월드골든셰프컴피티션에 출품해 수상한 요리는 ‘OK소스 모듬야채’와 ‘꿀소스 흑후추 양고기’. 두 요리 모두 직접 개발한 소스가 수상 이유라는 자평이다. OK소스는 토마토 케첩과 비슷한 중국산 소스인데 여기에 몇가지 재료를 더 넣으면 “고기나 해물, 야채 등 어디에나 어울리는” 소스가 된다. 양고기에 넣은 소스는 누린내를 없애려 상당량의 후추를 넣었지만 꿀과 굴소스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 맛이 부드럽다.

여기에 양식 스타일의 깔끔한 디스플레이도 앞선 트렌드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요리대회에선 각종 야채와 과일을 조각해서 꿈틀거리는 용을 한 상 차려내는 것이 흔하지만 정 주방장은 반대로 단순한 개인접시에 1인분씩 담아 소스만 흩뿌리는 식의 절제된 장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골든 셰프의 소스 비결은 무엇일까. 정작 소스 만드는 법을 배워보니 OK소스, 메기시즈닝, 노추 등 중국에서 수입된 재료 몇 가지가 들어간다는 사실만 빼면 단순하기 그지 없다. 육수 재료와 물을 넣고 3시간쯤 푹 고아 졸인 것에 소스재료를 섞기만 하면 된다. 뭔가 속은 느낌이다. 꿀소스 흑후추 양고기는 구하기 쉬운 소고기로 대체해서 조리법을 알아본다. 역시 흑후추를 버터에 볶다가 육수 등 재료만 넣으면 소스가 된단다. 이 소스를 소고기와 야채에 얹고 마늘 저민 것을 튀겨 얹으면 끝이다.

이렇게 간단할 리가 있나. 숨겨둔 비법을 공개하라는 압박 끝에 얻어낸 몇 가지 팁. “고기는 먼저 뜨거운 불에 표면을 익혀서 육즙이 빠지지 않도록 한 뒤 기름을 넣고 순식간에 익혀냅니다. 그러면 속이 80% 정도 익어서 부드럽죠.” “아, 마늘편이요. 고소하죠? 뜨거운 물에 데쳤다가 찬 물에 헹구기를 3번 되풀이한 뒤에 물기를 닦고 약불에 튀기면 쓴 맛이 안 납니다. 희한하게도 2번만 데치면 여전히 쓴 맛이 나요.”

내친 김에 집에서도 중식집처럼 맛있게 만드는 요리비결을 캐묻는다. “정말 별 것 없어요. 다만 중식당 주방의 화력이 훨씬 세다는 것뿐이죠. 불이 세니까 깊은 프라이팬에 야채, 해물을 모두 한꺼번에 넣고 데쳐도 퍼지지 않고 잘 익지만 가정에서는 화력이 안 따라주죠.” 그러니 집에서는 각각의 재료를 따로 볶거나 데쳐놓는 수고가 필요하다. 가령 팔보채를 조리할 때는 야채는 데치고, 해물은 기름에 살짝 볶아둔다. 그 뒤에 육수에 간을 맞추고 녹말을 푼 뒤 끓여서 뜨거워지면 여기에 미리 익혀둔 재료들을 넣고 볶아야 풀 죽지 않은 팔보채를 만들 수 있다.

정 주방장은 최근 TV 요리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다양한 중식 조리법을 소개했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 역시 여느 가장일 뿐이다. TV를 보고 “아버지, 우리도 저런 자장면 만들어 주세요”라는 아들에게 그는 “돈 줄 테니 나가 사먹자”라고 하고는 김치찌개를 끓인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정수주 조선호텔 셰프의 특금상 요리

● OK소스모듬야채

재료

야채: 인삼, 산마, 연근 적당량

육수재료: 당근 100g, 셀러리 100g, 고수 20g, 양파 100g, 토마토 30g, 소고기 100g, 물 2L

소스재료: 육수 1L, 토마토케첩 700g, OK소스 700g, 설탕 50g, 메기시즈닝 15g, 노추 15g, 소금 10g

조리법

1. 물과 고기를 넣고 3시간쯤 고아서 졸인 뒤 나머지 재료를 넣고 1시간쯤 더 끓여 물의 양이 절반 정도가 되도록 한다.

2. 육수에 소스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3. 야채를 스틱 모양으로 썰어 튀김가루를 묻혀 튀긴 후 2의 소스를 끼얹어 낸다.

● 꿀소스흑후추소고기

재료

한우등심 250g

양파 40g

홍피망 30g

청피망 30g

튀긴마늘편 8g

전분 약간

소스재료: 버터 15g, 다진 샬롯 12g, 다진 마늘 12g, 흑후추 2g, 육수 200g, 굴소스 12g, 진간장 4g, 노추 4g, 메기시즈닝 4g, 꿀 30g

조리법

1. 한우 양파 홍피망 청피망을 스틱 모양으로 썰어 기름에 볶는다. 한우는 먼저 뜨거운 불에 표면부터 익힌 뒤 기름을 넣어 익힌다.

2. 버터, 다진 샬롯과 마늘, 흑후추를 프라이팬에 넣고 볶은 후 육수, 굴소스, 진간장, 노추, 메기시즈닝, 꿀을 넣고 섞어서 소스를 만든다.

3. 익혀둔 고기와 야채에 2의 소스를 넣고 물에 푼 전분으로 농도를 맞춘다.

4. 3을 접시에 담고, 마늘을 저며 튀긴 것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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