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가 내놓은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 방안’은 수험생의 시험 부담 완화와 사교육비 경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입학사정관 전형과 대입의 수시모집 비율이 확대되면서 수능 성적이 최저학력 기준으로 활용되는 등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개편의 배경이 됐다.
보름에 걸쳐 두번 치러지는 수능
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능의 연 2회 실시다. 수험생들은 희망에 따라 2회 모두 응시하거나 한번만 시험을 치를 수 있다.
그동안 질병과 사고 등으로 인해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또다시 1년을 준비해야 했고, 시험 당일 수험생의 컨디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등 실력이 아닌 실수에 따라 대학 진학이 결정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편안은 11월에 15일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수능을 실시하되 2회 모두 치른 학생은 과목별로 좋은 점수를 선택해 대학에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에선 1, 2차 수능에서 서로 다른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1차에서 물리를 봤다면 2차에선 화학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단 A, B형으로 나뉘어 수준별 시험이 치러지는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은 1, 2차에서 난이도를 바꿔 응시할 수 없다. 1차에서 국어A형을 선택했다면 2차에서도 국어A형을 풀어야 한다.
수능이 처음 도입된 1994학년도에 8월과 11월 두 차례 수능이 치러진 적이 있으나 당시엔 난이도 조절 실패로 큰 혼란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의 백순근(서울대 교수) 수능체제개편 분과위원장은 “개편안은 각 과목별로 점수를 선택할 수 있고,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들쭉날쭉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준별 시험-쉬운 A형, 어려운 B형
기존 수리(수학) 영역처럼 국어 영어 과목에도 수준별 시험이 도입된다. 현행 수능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할 B형과 출제 범위가 줄어들고 쉬워진 A형을 선택해서 시험을 볼 수 있게 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A형은 고1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풀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출제될 전망이다.
진학할 대학의 계열에 따라 A,B형을 선택할 수 있으나 난이도가 높은 B형은 최대 2과목까지만 선택할 수 있다. 국어 B형과 수학 B형을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
이때문에 수험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은 모두 6종류지만 인문사회계열 진학자는 국어를, 이공계 진학자는 수학을 난이도가 높은 B형으로 기본 설정하고, 영어는 수준에 따라 A,B형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식의 선택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나온다. 다만 영어 성적이 뛰어나지만 국어 수학 모두 처진다면 국어A-수학A-영어B의 선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실기 비중이 높은 예체능계와 전문계고 출신 학생은 세 과목 모두 A형을 선택해 볼 수도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그동안 이과생들은 난이도가 높은 수리 ‘나’형(개편안의 수학B형)을 준비하면서도 문과생과 동일한 수준의 국어ㆍ영어 시험을 치러 상대적인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로 인한 이공계 기피 현상도 상당했었지만 개편안에선 어느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탐구 과목 축소, 제2외국어와 한문은 폐지 검토
수능 개편안의 특징 중 하나는 사회ㆍ과학 탐구 영역에서 한 과목만 선택해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사탐에선 지리(한국지리, 세계지리), 일반사회(법과 정치, 사회ㆍ문화), 한국사, 세계사(세계사, 동아시아사), 경제, 윤리(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등 6개 교과군으로 유사과목을 통합해 이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과탐은 과목별 1, 2로 구분됐던 것을 하나로 통합해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4과목 가운데 택일하도록 했다.
대신 시험 문항과 응시시간은 20문항 30분 시험에서 40문항 60분 시험으로 늘렸다. 교과부 관계자는 “좁은 범위에서 어렵게 내지 않고 넓은 범위에서 쉽게 출제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제2외국어ㆍ한문 영역은 폐지가 검토된다. 고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아랍어가 단기간의 준비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응시생의 40% 가량이 선택하는 등 구조적인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제2외국어를 입시에 반영하는 대학의 비율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과부는 외국어 영역을 별도의 국가인증시험을 개발해 수능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