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59) 경기지사가 8ㆍ8 개각 이후 연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날을 세우는 발언을 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여권의 젊은 주자 키우기에 나서자 김 지사가 불만과 섭섭함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동안 정치적 언급을 자제했던 김 지사가 요즘 입을 여는 것은 그런 해석에 무게를 싣게 한다.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이후 당정청 개편 과정에서 ‘세대교체’를 강조하고 48세의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시점 전후에 이 같은 발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경기지사 선거에서 선전한 김 지사는 친이계의 대표주자로 나서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다. 따라서 친이계에서 다른 주자들이 급성장하는 것이 달가울 리 없을 것이다.
이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김 지사의 발언의 수위는 꽤 높다. 김 지사는 18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포럼’ 축사에서 현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정책에 대해 “소규모 난개발”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신도시를 만들 때 대학, 일자리, 잠자리 등을 포함한 도시계획을 했는데, (현정부의 정책은) 단세포적 도시계획”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노태우 전 대통령은 통이 컸는데, 이 대통령은 100만평 이내의 작은 도시로 하자고 한다”는 말도 했다.
김 지사는 개각 다음날인 9일엔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른다. 우리는 예측이 전혀 안 된 채 (지도자를) 뽑아놓고 취임하자마자 기회만 있으면 물러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견제하는 언급으로 비쳐졌다. 김 지사는 13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개헌에 대해 “지금 추진하면 국론분열만 있고 절차도 복잡해 현실성이 없다”고 반대했다.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제안한 이 대통령의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최우영 경기도 대변인은 19일 김 지사의 최근 발언들과 관련해 “과거에도 여러 번 했던 말들인데 정치권에서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대통령과 김 지사가 최근 독대했다는 설에 대해 최 대변인은 “확인하지 않겠다”며 “대통령과 광역단체장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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