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대형마트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10원 전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삼겹살 가격에서 촉발됐던 당시와는 달리 이번엔 햇꽃게를 놓고서다.
신세계와 롯데마트는 19일 주요 일간지에 나란히 햇꽃게 판매 광고를 게재했다. 그런데 롯데마트의 경우 전날 발행된 전단지와 가판 광고에선 판매가를 100g당 980원이라고 했다가 이날 조간에선 890원으로 내렸다. 일부 조간에는 880원으로 표시되기도 했는데 석간에선 880원으로 통일됐다.
반면 경쟁사인 이마트의 판매가는 전날 가판 광고부터 890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롯데마트가 이마트의 가격을 보고 황급히 가격을 조정한 것이다. 더욱이 조간에 890원과 880원 두 개의 가격이 혼재됐다가 최종적으로 이마트보다 정확히 10원 싼 가격으로 확정된 것은 연초에 유통업계를 시끌벅적하게 했던 10원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측은 “이마트가 우리의 가격정보를 사전에 알고서 싼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한 것”이라며 이마트측에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이는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가 지난 4월 언론 인터뷰에서 “10원 전쟁하던 걸 생각하면 창피하다”며 “앞으로 가격전쟁이 아니라 상품경쟁을 하겠다”고 말한 것을 무색케 한다.
이마트측은 “경쟁사의 가격보다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해가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가격 인하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이맘 때 롯데마트는 꽃게 판매로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이번에는 이마트가 가격에서 선수를 쳤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경쟁이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흘러 10원 전쟁이 재연되면 유통시장의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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