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과 똑같습니다. 누구나 머리로는 이웃 사랑을 잘 알고 있지만 당장 내 옆에 있는 꼴 미운 며느리, 시누이를 사랑하는 건 쉽지 않죠. 다들 적립식 펀드가 좋다는 건 알지만 증시가 하락하면 공포감에 휩싸여서 돈을 넣지 못합니다. 내일 지구가 망할 것 같지만, 그래도 돈을 넣는 용기와 실천이 필요합니다.”
‘투자문화 전도사’로 유명한 강창희(63) 미래에셋투자문화연구소장이 19일 2,000번째 강의를 했다. 2003년 2월부터 투자자 교육을 시작했으니, 꼭 7년6개월만이다.
이날 오전 경기 수원시 방행정연수원에서 열린 2,000번째 강의는 공무원 6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인생 100세 시대의 자산관리’. 이웃 사랑에 비유해 설명한 장기투자 실천의 어려움에는 수강생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강 소장이 출가한 자녀들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자식 아무 소용없다’고 할 때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강소장은 2,000회 돌파를 자축할 겨를도 없었다. 낮 12시에 수원에서 강의가 끝나자마자 전북 무주에서 오후 2시30분에 시작하는 강의를 위해 차에 올랐고, 점심은 차 안에서 햄버거로 때웠다. 하루에 적어도 1개, 많을 때는 4개씩 있는 강의를 위해 전국을 누비는 그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강 소장은 37년간 증권업계에 몸 담아 온 베테랑 증권맨. 1973년 당시 증권거래소 입사 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현대투자신탁운용과 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를 지냈다.
투자자 교육에 나서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투신사 대표이사 시절. “성공적 펀드 투자는 운용회사, 판매회사 그리고 투자자의 합작품이라는 걸 깨달았죠. 운용사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투자자가 돈을 넣었다 뺏다 하면 운용을 잘 하기 힘들거든요.”
강 소장이 7년간 한결같이 전파해 온 투자 지론은 장기ㆍ분산투자. 꾸준히 돈을 넣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춰 수익을 얻는 적립식 펀드의 중요성과, 부동산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조를 금융자산으로 분산할 것을 역설해 왔다. 강 소장은 “장기ㆍ분산투자가 뻔한 ‘공자님 말씀’으로 들리지만, 안정적 노후와 생애 설계를 보장하는 열쇠”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그의 투자철학은 많이 퍼져 나갔다. 강 소장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종목 찍어달라’는 수강생이 많았는데, 이제는 대부분 청중이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경청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강의에 공감해 주변 사람들을 데리고 또다시 강의를 들으러 오는 수강생을 만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딱 한번 투자자 교육에 회의를 느낀 적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폭락하자 펀드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을 보면서다. 강 소장은 “그동안의 강의로 상당수 투자자들이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에 따라 폭락장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믿었는데, 아무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요즘에는 장기ㆍ분산투자의 중요성과 함께 그런 투자원칙을 실천에 옮기도록 하는데 강의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80세까지 교육 활동을 계속하는 게 목표인 강 소장은 자신이 설파한 투자원칙에도 충실하다. 그는 "재산 규모는 밝힐 수 없으나, 전체의 25%를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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