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인 석면이 함유돼 있는 데다 단열에도 취약한 슬레이트 지붕이 설치돼 있는 농ㆍ어가가 10개 동 가운데 평균 3개 동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실태 조사를 벌여 내놓은 결과다.
19일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 농ㆍ어가 207만3,744동을 대상으로 슬레이트 지붕 유무를 조사한 결과, 29.4%가량인 61만400동에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영ㆍ호남에 슬레이트 지붕이 많았다. 전남의 경우 슬레이트 지붕 농ㆍ어가는 13만9,779동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으며 이어 경남 8만9,070동, 경북 8만6,446동, 전북 5만4,420동 순이었다.
수도권에도 슬레이트 지붕이 많았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2만5,804동, 1만1,709동의 건축물 지붕이 슬레이트 재질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인천 이외의 대도시는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부산은 3,405동, 대구는 5,580동, 울산은 7,527동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농ㆍ어촌에서는 1960, 70년대 초가집을 개조하며 지붕을 슬레이트로 얹은 경우가 많다”며 “수도권은 90년대 대규모 공장 등이 지어질 때 슬레이트를 지붕 자재로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용도별로는 사람들이 가장 오래 거주하는 공간인 주택이 43만6,940동으로 압도적 비율(71.6%)을 차지했다. 이어 축사(6만5,481동ㆍ10.7%) 창고(5만5,765동ㆍ9.1%) 일반시설(3만8,735동ㆍ6.3%) 공장(8,839동ㆍ1.5%) 등이 뒤를 이었다.
슬레이트 지붕은 60~70년대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농ㆍ어촌의 초가집 등 주택 재건축에 이용할 것을 적극 권장했지만 이후 발암물질인 석면 재질이 포함돼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더구나 슬레이트 지붕은 단열 기능이 떨어져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집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주택당 철거 비용이 200만원 내외로 높아 슬레이트 지붕을 그대로 둔 채 더위와 추위, 건강상 위험을 감수하는 저소득층이 많다.
슬레이트 처리 업체는 혐오 시설로 여겨져 전국에 17개뿐이며 그나마 모두 민간이 운영한다. 슬레이트 지붕의 대중화를 정부가 주도했음에도 국ㆍ공영 처리 시설은 전무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재개정을 포함한 석면 처리 시설 기준 합리화 등 종합 대책을 추진 중”이라며 “다음달께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과 부처 협의를 통해 방향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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