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의선 철도 도라산역에 그려진 벽화를 작가의 동의 없이 철거했다며 벽화를 그린 화가 이반(70)씨가 원상복구와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담당 부처인 통일부는 철거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19일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월 지인으로부터 벽화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그림이 철거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는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예술가의 창작 의지를 꺾어 문화 예술 전체의 존재 기반을 위협하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씨는 천주교인권위원회,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실장 등 미술계 인사들과 함께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법적 소송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철거된 작품은 2005~2007년 당시 이씨가 통일부의 요청을 받고 생명 인간 자유 평화 자연 사랑을 주제로 그린 그림으로 ‘포효하는 한반도 호랑이와 두 날개’등 14개 벽화로 구성돼 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벽화는 작가에게 구매를 한 것으로 철거 여부에 대해 의견을 들을 의무가 없으며 작가가 저작권을 주장할 근거가 없다”며 “‘그림이 추상적이고 어둡다’는 도라산 관광객의 민원에 따라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통해 5월 말 철거하고 새로운 그림과 사진으로 대체했다. 원상복구 요구에 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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