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18일 주요 정책 및 인사 문제와 관련해 당과 정부∙청와대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청와대와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과 정부의 행정고시 폐지 방침 등에 대해 당정간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당정협의 부재 사례가 잇따르자 여당이 폭발했다.
이에 따라 여권 내에서는 당과 청와대의 갈등 확산을 막기 위해 당정청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한달 전 전당대회에서 당정관계 재정립을 얘기했지만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며 "인사나 정책 등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해 민심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면 정권 재창출은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이 장관들에 대해 정기적으로 평가해 공개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행정고시 폐지에 대해 "부유층에게 유리하고 저소득층의 공직 진출 문호를 축소하게 되는 등 서민층 자녀에게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치워버리게 되는 것"이라며 "현대판 음서제도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도 "행정고시 폐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정부가 마음대로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앞으로 당당하게 따질 것은 따지면서 새로운 당정관계를 확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친박계 중진인 이해봉 의원은 "(정부가) 여당과 국회를 무시하는 일이 심화되고 있어서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한 셈"이라고 맹비난했다.
당정 소통 문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안상수 대표는 "내가 곧 대통령과 정례회동을 하기로 되어있으니 그 자리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새 내각이 출범하면 당정간 소통이 강화될 것"이라며 "현재 당정간 소통에서 미흡한 점이 있으면 강화할 것이고, 이번 일이 당정의 긴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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