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처럼 쏟아지는 환한 웃음과 함께 그녀가 등장했다. 시원시원한 용모에 거침 없이 쏟아내는 재치 넘치는 말들이 한 줄기 소나기처럼 청량감을 안겼다. 18일 오후 일본 도쿄 롯폰기 리츠칼튼 호텔의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줄리아 로버츠는 스크린 속 모습 그대로였다. 그녀는 최신작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원제 Eat Pray Love)의 9월 30일 개봉을 앞두고 일본을 찾았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미국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자전적인 동명 에세이를 스크린에 옮겼다. 안정적인 직업과 그럴싸한 남편에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갖춘 서른 한 살의 여인 리즈가 어느 날 문득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렸다.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남편 뒷바라지 할 생각에 분통이 터진 리즈는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 리즈가 맛의 본산 이탈리아에서 원 없이 식도락을 즐기고, 누구의 영혼이든 정화될 듯한 인도에서 기도하며 마음을 다스린 뒤 낭만의 섬 발리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는 과정이 로버츠의 연기를 통해 펼쳐진다. 마흔을 훌쩍 넘은 중견 배우지만 로버츠는 여전히 30대의 풋풋한 성숙미를 발산한다.
로버츠는 “2006년 원작을 즐겁게 읽었다”면서 “배우이다 보니 영화로 만들면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생각하며 읽었는데 몇 년 뒤 출연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의 그는 뒤늦은 방황 속으로 빨려 드는 리즈와 크게 다른 듯했다. 로버츠는 “지금 나는 좋다. 변화가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대신 “립스틱이나 주름 수술은 아무 도움을 주지 않는다. 남자건 여자건 내면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우리 삶을 이끌어가느냐가 인생에서 중요하다”며 관객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로버츠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촬영하며 힌두교로 개종해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 출연이 개종에 영향을 미쳤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지만 그는 “예전부터 힌두교에 관심이 있었고 우연히도 영화를 찍는 와중에 개종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데뷔했을 무렵인) 22년 전 어머니가 ‘너는 배우니까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하지 말라’하셨다. 그 말을 따르겠다”며 개종과 관련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다.
1987년 ‘파이어 하우스’로 할리우드 데뷔식을 치른 로버츠는 ‘귀여운 여인’ ‘에린 브로코비치’ ‘노팅힐’ 등을 거치며 그 동안 별다른 부침 없이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최근 미국 월간지 피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가 몰표를 던진 듯하다. 행복과 조금의 랑콤 화장품이 나를 아름다운 인물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비밀을 말할 수 없다. 아마 발설하면 미국배우조합으로부터 쫓겨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비결인 듯하다”고 밝혔다.
“일을 할 때나 집에 있을 때나 행복이 중요합니다. 배우는 여행도 많이 다녀야 하고 짧은 시간에 집중을 필요로 하는 힘든 직업입니다. 저는 연기를 사랑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사랑하고 사랑하니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습니다.”
도쿄=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