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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에 코 꿰인 中企, 아직도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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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에 코 꿰인 中企, 아직도 울고 있다

입력
2010.08.1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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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까지만 해도 매출액 430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냈던 타이어 제조업체 D사는 현재 경영권 매각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 해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게 화근이었다. 환율급등으로 30억원의 손실을 본 D사는 은행측 권유로 손실 만회를 위해 이듬해 가입규모를 두 배로 늘렸으나 오히려 손실만 180억원대로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래 대기업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납품대금까지 받지 못하게 되자 결국 회사는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 유압중장비 생산업체인 K중공업은 최근 100억원대의 키코 손실액을 모두 상환했으나 재기를 꿈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3곳의 공장까지 팔아 손실은 메웠지만 100여명에 이르던 직원은 15명으로 줄었고 당장 자재 살 돈이 없어 공장가동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 업체 사장은 “수주는 되는데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영자금을 구할 길이 없어 그나마 받은 판매대금 수준에서만 생산하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

2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키코 사태. 지난해부터 환율이 점차 하락하면서 기억에서 멀어졌지만 피해기업들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기업 대부분은 자금난으로 예전과 같은 활력을 찾기 어려운 상태. 손실액 상환을 미룬 채 법원 판결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업체들은 패소할 경우, 자칫 줄도산 사태를 맞을 수도 있는 처지다.

회복되지 않는 신용

키코 피해업체들의 정확한 피해규모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다수 업체들이 은행과의 거래 관계를 고려해 피해사실을 숨기고 있기 때문.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로 드러난 피해업체는 517개에 피해금액은 약 3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471개에 2조4,000억원의 피해를 입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250개 키코 피해 중소기업들의 모여 만든 ‘키코 피해대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실제 피해기업은 약 1,000개에 이르고 피해액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가운데 이미 파산한 업체들과 일부 극적으로 회생한 기업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업체들은 키코 피해의 후유증으로 여전히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

공대위 조붕구 부위원장은 “키코 거래 전까지는 해당 분야 1,2위를 다투던 우량 중소기업이 많았지만 손실액을 메우는 과정에서 은행과 거래가 끊기고 신용등급이 하락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보통 연 20% 이상의 고금리로 자금을 융통하거나 최소한의 물품 판매대금을 받아 근근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지난달 말 중소기업중앙회는 키코 피해기업들에 대해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은행의 과실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등에 전달했지만 아직 별다른 반응은 없는 상태다.

한 가닥 희망

요즘 키코 피해기업들의 최대 관심은 법원 판결에 쏠려 있다. 현재 150여개 업체가 각자 거래 은행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부당이득금 반환 등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서울중앙지법은 이들 사건을 통합해 이르면 다음달께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업체들은 법원이 키코계약의 부당성을 인정해 줄 경우, 그 동안 상환한 손실액을 되찾는 동시에 추락한 신용등급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승소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 올 2월 키코 피해기업의 선두격이던 수산중공업이 낸 소송에서 재판부가 “정상적으로 체결된 계약”이라며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키코 공대위 관계자 역시 “반전의 계기가 없는 한 승소 가능성은 희박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피해기업들은 이에 따라 19일 열리는 금융감독원의 키코 판매 은행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를 ‘반전의 계기’로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이 은행들의 잘못을 밝혀내 책임을 묻는다면 소송 결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것.

이마저도 큰 기대는 걸기 힘든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키코 판매 과정에서 은행들이 건전성과 관련된 내부통제 시스템에 제대로 따랐는지가 금감원의 제재 대상이어서 계약의 효력을 따지는 법원 소송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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