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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통일비용이 아니라 통일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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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통일비용이 아니라 통일투자다

입력
2010.08.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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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북한이 개혁개방 등의 과정을 거쳐 통일에 이를 경우와 그런 과정 없이 급변사태로 무너질 경우 통일비용의 차이가 7배 이상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남북한이 평화ㆍ경제공통체를 거처 통일에 이르면 30년 동안 모두 3,220억 달러의 통일비용이 들어가지만 북한이 급변사태로 붕괴되면 2조1,400억 달러나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광복절경축사에서 제안한 통일비용 마련을 위한 통일세 검토의 근거다.

그러나 경로가 다른 두 통일 상황이 단지 소요 비용의 규모 차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북한의 체제 특성상 돌발적인 권력공백에 따른 시스템 붕괴는 식량과 생필품 공급을 마비시켜 대량 아사와 같은 인도주의적 사태를 부를지 모른다. 또 수십,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해 주변국으로 몰려가는 사태나 무장한 군인집단간 무력충돌 등 사실상의 내전 상황이 벌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 급변사태 남한 배제 소지 커

그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중국의 군사적 개입을 부르기 쉽다. 중국이 북한을 속국화 하거나 동북 4성으로 편입할 의도는 없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막강한 대북 영향력을 감안하면 최소한 친중 정권을 세우려 할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남한이 북한 내부 상황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거의 없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통일세를 걷어 비축해 놓아봤자 쓸모가 없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대북 지렛대를 모두 상실한 상태에서 한미동맹 대 북중혈맹의 대립구도가 깊어진다면 그럴 소지는 더욱 커진다.

우리가 원치 않는다고 해서 북한의 돌발적인 급변사태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 정권 붕괴와 같은 사태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비극적인 대규모 인도주의적 사태나 한반도의 북쪽을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는 진짜 '비용'을 생각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 교류협력을 통해서 남북 격차를 좁혀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국민의 세금 부담을 뜻하는 통일의 비용이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과 같은 엄혹한 남북관계 속에서도 가동되고 있는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이 일방적인 대북 시혜나 비용 지출이 아니라 남북이 서로 큰 이익을 얻는 투자임을 잘 보여준다. 5ㆍ24 조치로 전면 중단됐지만 모래나 농수산물 반입, 임가공업 등의 교역도 마찬가지다. 남북교역에 밝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물자 반입은 남한에서 대략 3배의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진다고 한다. 예를 들면 100억원을 지불하고 들여온 물자는 남한에서 300억원의 가치로 팔려 그만큼 국민총생산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남북 공동번영의 비전 찾아야

북한의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과 지하자원, 그리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해 남북이 다 같이 큰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수하다. 이미 저임금의 강점을 상실한 중국에서 밀려나고 있는 노동집약형 중소기업들은 이제 북한이 거의 유일한 활로다. 남북이 합작하는 중고선박 수리업만으로도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얘기했지만 북한을 경유한 이명박 대통령의 북방진출 구상은 남북한은 물론 중국 동북3성과 연해주의 조선족을 포함한 한민족 전체의 21세기 번영의 비전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한때 관심을 표명했던 작가 황석영씨의 알타이문화연합은 남북한, 몽골, 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장대한 구상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남북의 공존과 상호 이익의 가능성을 외면하고 통일비용과 통일세를 얘기하고 있다. 핵을 고집하는 북한정권을 탓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도 궁극적으로는 남북간 상호 이익 추구와 공존에 답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은 달갑지 않은 세금 부담보다는 21세기 한민족의 번영과 함께 실질적인 배당을 안겨줄 통일 투자의 비전을 원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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