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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우리의 주적은 탈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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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우리의 주적은 탈레반"

입력
2010.08.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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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들어 자살폭탄 테러의 지옥으로 전락한 파키스탄이 63년 만에 처음으로 주적(主敵)을 인도에서 자국 내 이슬람 무장단체로 변경했다.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에서 아프가니스탄 다음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파키스탄의 피폐해진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보기관 ISI(Inter-Services Intelligence)는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 더 이상 인도가 아니며, 자생 이슬람 무장세력(탈레반과 그 분파)이라고 규정했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영토 분쟁으로 3차례 전쟁을 치렀던 전통의 라이벌 인도는 처음으로 후순위로 밀렸다.

실제 파키스탄 국민들은 일상화한 자살폭탄 테러에 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무장세력들의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2003년 189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만1,704명으로 100배 가량 증가했다. 사람들이 붐비는 시장에서, 거리에서 늘 무고한 주민들이 죽거나 다치지만 더 이상 뉴스조차 되지 못한다.

ISI의 주적 변경이 파키스탄 군과 정부 전체의 입장을 반영한 것인지 불분명 하지만, 인도와 미국은 “더 지켜봐야겠으나 일단은 긍정적”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히말라야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극심한 영토분쟁을 겪고 서로를 의식해 핵무장까지 마친 인도와 파키스탄은 2004년 가까스로 평화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2008년 파키스탄 무장세력의 테러로 인도 뭄바이에서 160명의 목숨이 숨지면서 아직까지 갈등이 봉합되지 못했다. 타임즈오브인디아 등 인도의 주요신문들은 이날 일제히 1면 머리 기사로 ISI의 주적 변경 기사를 전했고, “반 인도 세력의 중심이었던 ISI가 이같이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홍수 피해복구를 위한 국제 원조가 무장단체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의문도 함께 제기했다.

동맹임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관리들이 무장세력을 사실상 돕고 있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했던 미국 정부는 ISI의 결정이 아프간 전쟁 승리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키스탄이 인도 국경지역의 군 일부를 아프간 국경지역으로 재배정해서 무장세력 소탕에 더 주력할 경우 미국에게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홍수로 인한 민심이반은 파키스탄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구호 부족에 분노한 파키스탄 국민들을 상대로 탈레반 등 무장세력이 구호활동을 하고 부상자를 치료해 주며 ‘민심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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