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 제재 동참 방안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18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가 16일 발표한 ‘포괄적 이란제재법’ 시행세칙을 통해 국내 이란계 회사 중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이란 패트로캐미칼 한국법인, 시스코쉬핑 컴퍼니 등의 3개사가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리스트에 이미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란 제재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과 시스코쉬핑 컴퍼니는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이 있다”며 “패트로캐미칼 한국법인은 WMD와는 관련이 없지만 대이란 거래 금지 규정에 따라 제재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2007년 10월, 시스코쉬핑 컴퍼니는 2008년 9월, 패트로캐미칼 한국법인은 올해 6월에 제재 리스트에 등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독자적인 이란 제재를 담당할 주무 부서인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외교부는 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업과 경제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제재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다.
최대 쟁점은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폐쇄 문제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자산동결 조치 여부 등을 놓고 부처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WMD나 테러 지원 사유로 리스트에 오른 기관과 거래를 하다가 적발되면 제재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우리 은행들도 어기면 미국에서 계좌를 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정부와 금융감독원 등은 긴급 회의를 열었으나 명확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멜라트은행 조사에서도 범법 행위 등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리 정부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로 의견을접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관보 내용을 보면 10월15일까지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받는 것으로 돼 있어 본격적인 시행은 그 이후로 해석된다”며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부처간 협의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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