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방송보다 높은 재방송 시청률. 지난주 첫 선을 보인 SBS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이하 ‘구미호’)가 초반부터 이런 기현상을 보이며 주목을 끌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구미호’는 지난주 본 방송에서 올 최고 시청률을 달리고 있는 KBS2 ‘제빵왕 김탁구’(이하 ‘김탁구’)에 눌려 12%대에 그쳤다. 하지만 일요일인 15일 재방송 시청률은 16.1%에 달했다. 케이블 채널 재방송 시청률도 3%에 육박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김탁구’와 ‘구미호’ 둘 다 놓치기 싫은 열성 드라마 팬들이 본 방송에서 ‘김탁구’를 먼저 보고, ‘구미호’는 재방송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탁구’는 현재 40% 중반대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수치가 나오려면 이른바 ‘남녀노소’ 시청층을 다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김탁구’의 고정 시청자들과 로맨틱 코미디라 할 수 있는 ‘구미호’ 취향의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는 겹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구미호’에 매력을 느끼는 10~30대의 젊은 시청자들의 TV 시청 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상당수는 공부나 직장 일, 취미 생활 등으로 평일 10시에는 한가하게 TV를 볼 여유가 없다. 직장인 신모(27)씨는 “요즘 젊은층은 드라마나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은 편히 쉴 수 있는 주말에 재방송이나 VOD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구미호’의 본방송 시청이 어려운 이들이 재방송으로 몰리는 현상은 풍선의 한 부분을 누르면 다른 부분이 부풀어오르듯 일종의 ‘시청률 풍선효과’라 할 만하다.
높은 재방송 시청률이 향후 본방송 시청률을 견인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구미호’ 시청자 게시판에는 벌써 4,200개가 넘는 글이 올랐는데, 앞으로 이 드라마로 채널을 바꾸기로 했다는 내용도 적지 않다. 한 시청자는 “아이와 함께 ‘김탁구’를 보면서 (불륜, 살인기도 등 내용 탓에)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고 썼다.
승승장구 중인 ‘김탁구’와 초반부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구미호’의 대결로 수목드라마 판도가 모처럼 흥미진진해졌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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