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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바뀌는 '한반도 생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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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바뀌는 '한반도 생태지도'

입력
2010.08.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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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노랑나비 봄처녀나비 두줄나비 봄어리표범나비 들신선나비…. 과거 서울 근교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나비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강원도 산간지역에서만 드물게 관찰된다. 북한에 사는 코토쿠뿔개미는 100년쯤 지나면 거의 사라질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제주에선 외래종 사슴이 영역을 점점 넓혀가는 중이다.

숲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한반도 생태계의 변화 실상을 확인했다. 그 결과가 23∼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산림과학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주요 원인은 짐작되듯 지구온난화다.

앵무봉서 사라진 들신선나비

멧노랑나비 들신선나비 등은 북방계 초지(草地)성 나비로 분류된다. 개체 대부분이 한반도 북쪽에 분포하고, 숲이 아닌 초지에 주로 산다. 권태성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연구사는 광릉수목원에서 1958년과 2006∼2007년, 경기 파주 고령산 앵무봉에서 1971년과 2002∼2006년 여러 나비 종의 밀도를 조사했다. 이들 지역은 해당 시기에 연 평균기온이 1.2도 증가했고, 산림이 늘면서 초지 면적이 3만7,000헥타르(ha)에서 8,000ha로 줄었다.

조사결과 북방계 산림성 나비는 밀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초지성 나비는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들신선나비는 1971년 앵무봉에선 103종 나비 가운데 43번째로 개체수가 많았으나 2002∼2006년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권 연구사는 “산림면적 확대가 북방계 산림성 나비에게는 지구온난화 영향을 상쇄시켜준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서식지마저 줄어든 북방계 초지성 나비에겐 지구온난화가 유독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초지성 나비 보존을 위한 세심한 산림관리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광릉수목원과 앵무봉에서 가장 많이 감소한 나비 8종 중 6종이 북방계, 가장 많이 증가한 5종 중 3종이 남방계 나비였다. 남방계 나비는 초지성조차도 증가 추세를 보였다. 남방계 나비는 원래 한반도가 북방한계선이다. 지구온난화로 북방한계선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100년 뒤 한반도 점령할 스미스개미

한반도에는 약 120종의 개미가 산다. 김 연구사팀은 2006∼2009년 설악산과 태백산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 등 1,200m 이상의 고산지 12곳에서 고도에 따른 개미 분포를 조사했다. 기온에 따른 밀도 차이가 특히 뚜렷한 개미는 일본침개미와 스미스개미 코토쿠뿔개미의 3종이었다. 일본침개미는 해발 820m, 스미스개미는 1,241m까지 나타나며 두 종 모두 고도가 높아질수록 밀도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이와 달리 코토쿠뿔개미는 600m까지는 밀도가 낮다 800m부터 점차 증가해 1,100m를 넘어가면 매우 높은 밀도를 나타냈다.

고산지역에선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이 보통 0.5∼0.6도씩 떨어진다. 연구팀은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100년 뒤 지구의 평균 기온이 4도 오른다는 기후변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미래 한반도 개미 분포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흥미롭게도 스미스개미와 코토쿠뿔개미가 정반대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전라도와 경상도 제주도 등 남쪽에 주로 사는 스미스개미는 2090년 주요 서식지가 함경도 일부를 제외한 한반도 전체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평안도와 함경도를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는 코토쿠뿔개미는 2090년 한반도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채집될 확률이 20% 이하로 계산될 만큼 출현빈도가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김 연구사는 “개미는 다른 곤충을 잡아먹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며 식물 씨앗을 이동시키는 등 생태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며 “종 분포가 달라져 자연과의 이 같은 상호작용에 변화가 생기면 연쇄적인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뿔개미류는 부전나비와 공생관계로 알려져 있다. 나비 유충이 태어나면 뿔개미가 개미집으로 데려가 먹이를 주며 키운다. 결국 뿔개미류가 줄면 부전나비도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노루, 붉은사슴에 먹이 뺏길 위기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 시험림에선 2007년 국내 야생에서 처음으로 미국산 붉은사슴과 꽃사슴이 발견됐다. 근처 사육농가에서 도망쳐 나온 것이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겨울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개체 수가 점점 늘고 서식지도 확대돼갔다. 붉은사슴은 현재 20마리가 확인됐으며, 10여 마리씩 무리 지어 생활하고 있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연구사는 “겨울 기온이 올라가고 상록수종이 많아지면서 이들 사슴이 적응력을 잃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후가 더 따뜻해지면 머잖아 육지에서도 야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붉은사슴과 꽃사슴은 현지 토착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노루처럼 송악잎을 먹고 산다. 박 연구사팀은 최근 붉은사슴 서식지역에서 2.2m 높이에 있는 송악잎이 뜯긴 자국을 발견했다. 붉은사슴보다 몸집이 작은 노루는 1m 높이까지밖에 입이 닿지 않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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