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수감한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는다. 내 조국, 내 민족에게로 되돌아가고 싶다.”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던 지난 달 미국과 러시아 간의 스파이 맞교환 당시, 러시아의 ‘미녀 스파이’ 안나 채프먼과 함께 가장 화제에 올랐던 미국 간첩 이고르 수티아긴(45)이 귀국 의지를 드러냈다. 러시아 물리학자인 그는 미 첩보기관에 핵잠수함 기술 등 군사기밀을 넘겨준 혐의로 11년 간 복역하다 풀려나 영국에 머물러 왔다. 지난 7월 8일 러시아와 미국 간 ‘10 대 4 맞교환’때 수티아긴과 함께 러시아에서 석방된 다른 3명은 모두 미국 행을 선택했다.
서방 생활 한 달여 만에 “당혹스럽다”고 밝힌 수티아긴은 결국 신변위협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있는 고향을 택했다. 17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결코 러시아를 떠나기를 원치 않았는데,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일이 전개됐다”고 말했다. 스파이 맞교환에 포함된 건 자신의 의사에 반한 것이란 얘기다. 그는 또 자신은 스파이가 아니며, 단지 다른 사람이 수감되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혐의를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수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 그는 “영국 선원들이 도버의 하얀 절벽(화이트 클리프)을 그리워하 듯 나는 모스크바 외곽의 내 고향을 꿈꿨다”며 “그곳이 나의 화이트 클리프다”라고 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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