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공룡’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두 시즌 연속 무관에 그치며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카, 사비 알론소 등 ‘당대 최고수’를 모셔왔지만 단 한 개의 우승 트로피도 손에 넣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정규리그 개막을 목전에 두고 ‘제 2의 지네딘 지단’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 전차군단의 젊은 야전 사령관으로 맹위를 떨친 메수트 외질(22)이 주인공이다. 이적료는 1,500만유로(약 226억원)로 알려지고 있다. 외질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붙박이 플레이 메이커로 1골 3도움을 기록하며 독일의 ‘벌떼 공격’을 지휘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최근 실패는 ‘지단의 후계자’로 점 찍었던 이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원인이 크다. 특히 지난해 거액을 지불하고 모셔온 카카는 시즌 내내 심한 기복을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외질이 2006년 은퇴한 지단의 전성기 같은 활약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관심을 더하는 것은 외질이 평소 지단을 우상으로 숭배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이상적인 선수로 지단을 지목했다.
여러가지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외질이 ‘제 2의 지단’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흥미를 더욱 높인다. 알제리 출신으로 프랑스를 위해 뛴 지단처럼 외질은 터키 이민 3세로 전차 군단의 일원이 됐다. 플레이메이커의 기본인 넓은 시야와 안정된 패스워크는 물론 웬만한 공격수 못지않은 골 결정력을 지닌 ‘팔방미인’이라는 점도 닮은 꼴이다.
2000년 유벤투스(이탈리아)로부터 둥지를 옮긴 지단은 2006년 은퇴할 때까지 레알 마드리드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지단은 2001~0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올랐고 정규리그 세 번, 코파델레이(스페인 FA컵)에서 두 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외질이 ‘제 2의 지단’이 되기 위해서는 시즌 초반 꾸준한 활약을 펼쳐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름 시장에서도 ‘대어급’을 여럿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의 스쿼드는 포화상태. 카카의 부상으로 외질은 시즌 초반 붙박이로 기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적응에 실패할 경우 경쟁자들에 밀려 순식간에 ‘벤치 워머’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카림 벤제마의 경우처럼 엄청난 기대를 받았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름 값’을 제대로 못한 스타는 부지기수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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