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음주운전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음주 후 술에 취하지 않았다거나 술이 모두 깼다고 느끼며 운전대를 잡는 원인이 규명됐다. 술이 깼다고 느끼는 속도가 인지능력이나 운동능력 회복 속도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

피터 스나이더 미국 브라운대학 워런 앨퍼트 의대 박사는 17일 학술지 '실험 임상 정신약리학'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스나이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학생들에게 8시간 동안 술을 마시게 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까지 높아졌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관찰했다. 인지능력 변화 실험을 위해서는 컴퓨터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미로찾기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미로찾기에서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으나, 혈중알코올농도가 올라가면서 실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번에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낮아지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취했는지 평가토록 하고, 이를 미로찾기 실수 빈도와 비교했다. 이 실험에선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술이 깼다고 느끼는 속도가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낮아지는 속도나 미로찾기에서 실수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스나이더 박사는 "자신이 취하지 않았다는 느낌은 정신이 멀쩡하다거나 운전할 수 있다는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느낌과 달리 여전히 지각ㆍ운동능력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