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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앨범 'Same Girl' 로 돌아온 나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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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앨범 'Same Girl' 로 돌아온 나윤선

입력
2010.08.18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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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퍼붓던 지난 주말 딱히 목적도 없이 자유로를 달리다 나윤선의 새 앨범을 자동차 CD플레이어에 넣었다. 17일 발매된 7번째 정규앨범 ‘Same Girl’. 하나 둘 그리고 세 번째 트랙이 반쯤 재생됐을 때, 홱 차를 돌렸다. 당장 소음이 차단된 곳에서 제대로 들어봐야 한다는 돌연한 욕망. 어쿠스틱 사운드를 살짝 묻힌 채 휘산(揮散)하는 나윤선의 목소리는 독한 증류주의 향처럼 침투해 사고중추를 제압했다.

다음날 아침,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사이에 두고 그 매혹적인 목소리와 마주앉았다. “정말 아침은 드시고 나온 거에요?” 캐주얼 숄더백을 메고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의 주인 나윤선은, 그러나 음악의 이미지와는 달리 쾌활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글쎄요. 재즈라는 음악은 내 목소리를 포함해 악기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듣는 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인 것 같아요. 모두 무대에 올라 서로의 기를 느끼며 친해지는 거에요. 그게 살아 있는 뮤지션, 살아 있는 관객과 만나면 더해지죠. 시간이 갈수록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유럽의 메이저 재즈 레이블인 독일 액트(ACT)사에서 제작한 나윤선의 두 번째 앨범. 11곡이 수록됐는데 재즈라는 장르의 경계를 한껏 넓혀 놓은 느낌이다.

아프리카 건반악기 카림바 반주에 실은 고전 ‘My Favorite Things’는 여느 리메이크 버전과 달리 담백 우아하고, 나윤선의 목소리로 해석된 헤비메탈그룹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또한 전혀 다른 곡이 됐다. 아랍의 낯선 악기를 슬며시 덧댄 스캣(scatㆍ가사 없이 노래하는 재즈 창법) ‘Breakfast in Baghdad’엔 초혼(招魂)의 귀기가 서려있다. ‘강원도 아리랑’도 다크 초콜릿 같은 빛깔.

대부분 기타와의 듀엣을 기본으로 악기 연주를 최소화한 소편성의 곡들로 트랙을 채웠다. 예전보다 나윤선의 목소리가 앨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커졌다. 보컬의 파워와 자신감, 한층 채도가 깊어진 색깔이 충만하다.

“흔히 악기가 많을 때 자유롭다고 생각하죠. 악기 소리 뒤에 숨으면 되니까. 하지만 소편성은 뭐랄까… 흰 도화지 같아요. 다 까맣게 채워도 되고, 그냥 칠 안 하고 놔둬도 되고. 부담일 수도 있죠. 하지만 울프가 워낙 잘 받쳐주니까, 오히려 훨씬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마법 양탄자를 탄 것처럼 해준달까요. 내가 마음대로 날아갈 수 있게.”

나윤선은 10년 넘게 해 온 프랑스의 퀸텟(자신을 포함한 5중주단) 활동을 마무리하고, 지난 앨범 ‘Voyage’부터 스웨덴 출신 세계적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바케니우스는 100회가 넘는 공연의 호흡을 맞추면서, 재즈의 재료로서 나윤선이란 보컬이 가진 매력을 증폭시키는 오의를 체득한 듯했다. 이번 앨범은 나윤선의 매력이면서 동시에 바케니우스의 예술이기도 하다.

10여년 전부터 언론에 비친 나윤선의 이야기는 ‘귀국’이라는 단어로 시작해 ‘출국’이라는 단어로 마무리된다. 감미롭게, 혹은 처연하게 여기지는 영원한 보헤미안. 이번엔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29일), 대구국제재즈축제(9월 5일), 포스코문화공연(9월 11일) 무대에 선 뒤 다시 ‘베이스 캠프’인 유럽으로 날아간다.

“나도 이제 마흔이 넘었는데… 솔직히 피곤하죠. 그래도 공연을 다닐 때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그들 속에 있을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모두들 내게 새로운 자극과 에너지를 주죠. 그 새로움과 설렘, 영감이 곧 재즈에요. 그래도 나윤선은 언제나 나윤선일 거에요. 이번 앨범의 제목처럼, ‘세임 걸(Same Girl)’이죠.”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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